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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 물은 팔았다. 이번엔 달이다.

조선 팔도를 주름잡던 희대의 사기꾼, 봉이 김선달.
포졸에게 쫓겨 마포나루에서 몸을 던진 그가 눈을 뜬 곳은 1997년 12월, IMF 구제금융을 맞은 서울의 한강이었다.
주민등록증에 적힌 이름은 김인홍.
학력은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세상은 그를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를 한강에서 건진 사람은 발령을 기다리는 역사교사 한보름.
그리고 그를 따라 강에 뛰어든 포졸 박영현은, 이 시대에서도 그를 쫓고 있다.
공짜로 생긴 신분은 일단 쓰고 보는 게 장사의 원칙.
하지만 하오체로 바른말만 하던 '하버드 출신'은 회사마다 잘리고, 강남 한복판 세입자 마을의 파라솔 감독관이 된다.
외상을 가리지 않는 슈퍼 주인, 고기 두 점을 더 얹어 주는 국밥집 이모, 명퇴를 숨기고 넥타이를 매는 가장, 이십억을 날린 기부왕의 후손.
그리고 어느 날 전봇대에 붙은 재개발 공고문 한 장.
철거를 밀어붙이는 건설사 사장은 평양 장터에서 대동강물을 사 간 박첨지와 똑같은 얼굴이다.
"사기는 크게 쳐야 아무도 사기인 줄 모르오."
마을을 지키려 김선달이 벌인 마지막 판, NASA 달 기지 유치설. 목표는 오백억.
그런데 그 앞에 소아병동의 여덟 살 아이가 사탕 한 알을 내민다.
"아저씨, 달에서는 수영 안 해도 돼요?"
판은 커지고, 돈은 쌓이고, 그물은 조여 온다.
평생 거짓말로 먹고산 사내가, 처음으로 진짜 달을 팔기로 했다.
망해 가는 나라의 겨울, 이름 없는 사람들이 함께 지은 달 이야기.
웃다가, 끝내 울게 되는 1997년 서울의 사기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