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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짜릿했던 추억 -- \"풍운만장\"
탈퇴한 회원·2003.02.2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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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아니게(사실 이 단어를 쓸때면 상당히 우울합니다. 각박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단어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 이곳 게시판에 풍파를 일으키게 되어 무겁고 착잡한 마음입니다. 어떠한 작품에 대해 뭐라 한마디하는 건 글을 알고 입이 달린 사람이라면 본능 중 하나일진대, 그 본능이 크고 작은 禍의 근원이 되는 장면을 보게되니, 인생살이는 쉬이 보내기 힘들다는 격언이 다시금 떠오릅니다.

그래서 이번의 사건(?)을 계기로 이 곳 게시판 글쓰기에 나름의 원칙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내 자신이 좋아했던, 기뻐하고 감동받았던 그런 작품들만을 위주로 쓰겠다는 것인데,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이런 식이였다면, 상대방이나 나나 별탈(?)이 없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운 생각도 드는군요.  

각설하고, 이번엔 놀라웠던 경험중 하나인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을 써보고자 합니다.

95년도 즈음, 풍운만장 1권을 우연히 서점 한 귀퉁이(당시 무협작품의 대우와 신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위치)에서 집어들고 읽기시작했는데, 도저히 눈을 떼놓을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푹빠져버렸던 것인데, 집에 그냥 돌아가기가 어찌나 서운하던지, 한권을 읽자마나 냅다 완간된 4권을 몽땅 사가지고 집에 돌아간 기억이 생생합니다. - 당시 람세스라는 책이 유행이어서 네권인가 다섯권인가도 몽땅 사갔었는데, 돈이 엄청나게 깨진 아픔이 잊혀지질 않는다! -  금강무협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거의 질리다시피 보고 또 본 금강무협이건만  당시 새로나왔던 풍운만장은 헤어나올수없는 마력을 품어냈으니 지금 생각해봐도 놀라울 따름입니다.

지금에와서 봐도, 풍운시리즈 중에서 풍운고월조천하와 함께 가장 기억에 남는 명품으로 평가(?)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물론, 이 작품들이 재간되었다는 점을 고려해서 재간되기 전의 작품은 논외(^^;)로 쳐야한다는 전제가 필요...

금강표 주인공들은 거의가 정형화되었다는 점이 그 주요특징이랄수 있습니다.

구무협(?)의 특징이기도 한데,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수려하고 제갈량도 한수 접어줘야 할만큼 뛰어난 기지를 지녔으며, 그 지난바 무공은...더이상 말하지 않으리...

하지만, 금강표 주인공은 다른 여타 작가 주인공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특히 와룡생표 주인공과는 같으면서도 확연히 다른 점이 있는데, 험악한 위기의 과정과 극복에서 너무나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와룡생류의 주인공들은 천재로 설정되었으면서도 너무나 바보같은 너무나 범인같은 실수로 위기에 빠지고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주인공의 모순을 드러내는 반면 - 이래서 짜증이 계속해서 일어납니다 - , 금강은  주인공의 비범함을 끝까지 밀고나갑니다.  그래서일까, 금강무협은 짜릿함과 함께 통쾌함이 넘치고 넘칩니다. 금강무협을 처음 접하게 될때 그 마력에서 헤어나오기가 쉽지않은 까닭이기도 하지요.

이러한 일반적인 금강표 주인공과는 다르게 풍운만장의 주인공 왕천기는 이름에서도 느낄수 있듯 여타 비범무쌍했던 주인공이 아닙니다. 물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가 범인이 아닌 비범한 인물로 그려지긴 하지만 - 금강무협에선 어쩔수 없지 않을까 합니다. 아니 모든 무협작품들이 그럴수밖에 없지 않을까 - 그가 강호를 구하는 절정고수로 커나가는 과정은 기존 금강무협과는 사뭇 다른 양상입니다.

보잘것 없는 신세내력을 지닌 일개 점원에 불과한 왕천기가 강호세계에 빠져들게 된 계기는 '황보장청'이라는 전형적인 꽃미남 청년고수와의 만남입니다. 원래 기존의 금강무협이었다면 황보장청이 - 이름도 얼마나 멋진가 -  주인공이 되었을 상황이었지만 이 작품은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나도 처음엔 이 황보창정이 주인공이지 않을까하는 예상을 했다가, 보기좋게 틀렸고, 거기서 또하나의 만족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왕천기는 황보장청을 본 이후로 강호를 매우 동경하게 됩니다. 마치 금강무협을 처음 접하고나서 그가 그린 강호를 활보하는 꿈을 꾸듯이, 황보장청은 왕천기에게 금강무협이나 다를게 없었습니다. 아마 이점이 이 풍운만장에 푹 빠진 주원인이 아니였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순식간에 글을 읽는 나와 왕천기가 하나가 된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평범한 주인공은 이래서 좋습니다. 그뒤가 무척 궁금해지고 게다가 금강무협이니 그 통쾌함은 벌써 예견할수있어 도대체가 눈을 떼기가 어렵게 되버립니다.

이미 읽어보신 분들이야 지금까지의 글들에 새로운 작품도 아니고  또냐하는 실망스럼움을 가지실수도 있겠지만, 저로선 당시의 짜릿했던 추억을 되새김질한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아직 접해보지 못한 분이 있다면 한번쯤 권해드리는 의미에서 쓴 것이니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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