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르륵.
머리에서 흐르던 피가 시야를 가렸다.
손으로 피를 닦고 좀 더 그의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묶여있기에 그럴 수 없었다.
하지만, 내 속마음을 읽었는지 루시안이 다가와
고급스러운 천으로 피를 닦아줬다.
다시 보이기 시작한 시야에 내가 쓰러뜨린 왕국 기사들이 보였다.
그중에 마법사도 있었고, 왕성은 많이 부서져 있었다.
“마나 코어가 깨지고, 소드 마스터로 다시 나타나다니.
데미안이나 아제로스가 없었다면,
정말 그대가 원하는 대로 됐을지도 모르겠어.”
*
*
*
“루시안!! 아제로스!! 이 불꽃은 끝나지 않아!!
다음엔, 내가 너희를 불태울 거다——!”
마치 짐승의 울부짖음처럼, 혹은 부활의 선언처럼 외쳤다.
그리고, 나는 붉은 불길 속으로 새까맣게 사라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