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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동비빔밥과 해골물 사태
컨트리셰프·2026.10.08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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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동비빔밥과 해골물 사태, 어느 하꼬의 생각

이번 해골물 관련 사태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아직 하꼬 작가 지망생이라 솔직히 웹소설 업계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제가 10년 넘게 몸담아 온 외식업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10년 넘게 셰프로 일했고, 파인다이닝을 거쳐 지금은 작은 식당에서 밥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봄동비빔밥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인 《1박 2일》에서 먹었던 장면이 다시 화제가 되면서 바이럴이 된 것 같더군요.

그런데 영상을 보고 제가 처음 든 생각은 이거였습니다.

‘어? 저거 봄동 아닌데?’

그래서 영상에 나온 것과 같은 식물로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손님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냥 봄동을 사다가 이벤트성으로 판매했습니다.

그랬더니 손님들이 좋아하시더군요.

물론 영상 속에 나온 그것은 아니었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제가 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당시 카다이프를 이용한 마시멜로 디저트를 만들어 판매한 적이 있습니다. 안에는 여러분도 아시는 타피오카를 사용했고요.

그런데 반응이 좋지 않았습니다.

한입에 들어가지 않고, 식감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이유였습니다.

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바로 그겁니다.

물론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겠죠.

‘그냥 네가 못 만든 거 아니냐?’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이 일로 10년 넘게 밥을 벌어 먹고 살고 있으니, 적어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습니다.

유행을 이끄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저는 아직 작가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하꼬 지망생입니다.

글을 배우기 위해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필사하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세계관 설명을 과감하게 버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남들이 좋아하고, 저 역시 좋아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문득 요리와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객님들이 좋아할 음식을 만들 것이냐.

아니면 파인다이닝처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예술을 추구할 것이냐.

물론 둘 다 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죠.

제가 처음 파인다이닝을 시작했을 때는 욕도 참 많이 먹었습니다.

‘누가 밥 한 끼에 20만 원, 30만 원을 쓰냐?’

맞는 말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가격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때의 저에게는 신념과 열정이 있었습니다.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맛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만든 요리를 통해 손님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죠.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지금의 제 신념은 단순합니다.

누군가 제 음식을 먹고 맛있어하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돈도 벌고요.

그렇다고 새로운 맛을 추구하는 일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새로운 맛? 글쎄요. 선배님들이 이미 다 찾아놓지 않았을까요?’

실제로 제가 새로운 요리를 개발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어느 나라에 이미 존재하는 음식이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웃음이 나옵니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요리가 있고, 저보다 먼저 고민하고 도전했던 셰프들이 수도 없이 많으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만든 음식의 가치가 사라지는 걸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먼저 만들었다고 해서 제가 그 음식을 만들며 고민했던 시간이나, 그 음식을 먹고 만족했던 손님의 경험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물론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누군가를 속이는 문제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죠.

하지만 단순히 익숙한 소재를 사용했다거나, 유행을 따라갔다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가치를 부정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는 아직 글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작가로 성공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가르칠 위치에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다만 요리사로서 오랫동안 손님들을 만나며 한 가지는 배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음식과 손님이 생각하는 최고의 음식은 다를 수 있다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30만 원짜리 파인다이닝에서 감동을 받고, 어떤 사람은 9천 원짜리 백반 한 상에 위로받습니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이 틀린 건 아니겠죠.

글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누군가에게는 뻔하고 식상한 이야기일지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즐거운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결국 어떤 이야기를 쓸지는 작가 본인이 선택해야겠죠.

그리고 그 이야기를 좋아할지 말지는 독자의 몫일 테고요.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가 만들었던 봄동비빔밥처럼요.

분명 영상 속 그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손님들은 맛있게 드셨습니다.

저는 그걸로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공모전 끝났지만 계속 읽어주신 200분이 너무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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