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가, 비뢰도 14권이 나왔다.
우리 동네 책방에는 비뢰도14권이 무려 2권이나 들어왔다.
그 중 1권이 우연히 내 눈앞에 띠었다.
내가 비뢰도에 손을 대자, 뒤늦게 온 다른 사람 서너명이 그런
나를 보며, 안타까운 신음소리를 내질러댔다.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이라는 표정들...
나는 그들이 한심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비뢰도의 표지를 바라
본다.
그리곤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쓰레기..."
내 말에 책방에 있던 사람들 5명 정도가 모두 놀라 나를 쳐다
보았다.
하지만 쓰레기는 쓰레기 일뿐...
난 비뢰도 1권을 빌려 그 반을 넘기지 못하고, 책을 방바닥에
집어 던졌던 기억이 있다.
돈 900원이 아까워, 다시 들어 읽긴 했지만 도무지 정이 가지
않던 책이었다.
우선 그 설명이 너무 장황했다.
간단한 문장 하나를 놓고도, 마치 번역체의 문장처럼 이리저
리 늘리기가 일수였다.
덕분에 한문장이면 끝날말을, 한문단으로 가져가는 경우가
허다했고, 결과적으로 연재의 장기화를 낳았다.
둘째는 도무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를 모르겠다.
주인공이 강한건 알겠고, 주인공의 사부가 전대의 혈겁을 이
끌었던, 강호에서 금기시 되는 그런 인물이라는 것도 13권쯤
에서야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화산지약으로 화산으로 떠났다.
대체 주제가 뭔가?...
나름대로 무협소설이라면 있어야 할 뚜렷한 무엇이 보이질 않
는다...
그래서 더욱더 답답하다...
셋째는, 주인공 때문이다.
비류연인지, 뭔지하는 주인공...
처음에는 자신의 무공을 숨김으로 인해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주인공이 단순히 운이 좋다는 것만을 안다.
난 개인적으로 주인공이 천하무적의 인물로, 강호동도들에게
추앙받는 존재로 등장하는 작품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처음엔 이런 설정을 한 비뢰도가 싫었지만, 그래도 시간
이 지나면 그의 진정한 무공실력이 드러나고, 모두들 비류연을
다시 보겠지...했다.
하지만 아니였다.
일부 그 주위의 몇몇 사람만 알뿐, 여전히 비류연은 타인에게
있어 그리 쓸모없는 존재였고, 방해물에 불과했다.
그것이 13권까지 이어져 오고 있었다.
다음권이면 비류연의 정체가 밝혀지려니...하면서 13권까지 읽
은 나로서는...더이상 비뢰도를 읽기가 싫었다.
넷째는, 진지성의 결여이다.
중간중간 재미로서의 소스를 첨가하는것은 소설 흐름에 있어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 재미를 위한 유머라는 것도 때와 장소
를 가려야 하는 법.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중구난방으로 깔려있는 재미와 유
머는 더이상 재미와 유머가 아니었다. 역겨움 뿐...
그 요상한 문장 나눠쓰기와, 단어의 중복, 칸 벌려넣기 만으로도
비뢰도는 충분히 쓰레기라 칭할만 하다...
혹 모르겠다.
책 읽기 싫어하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한테 비뢰도를 갔다주
면 좋다고 읽을지...
하지만 왠만큼 무협을 하는 사람이고, 스스럼없이 무협을 논할
수준이 되는 사람들이 과연 비뢰도를 읽을까...? 아니, 읽을수 있
을까...?
난, 비뢰도를 감히 무협소설이라고 부르지 못하겠다.
비뢰도를 무협소설이라 칭함은 무협소설전체를 무시하는 것과
금강, 좌백, 설봉 등을 비롯한 많은 무협소설작가 분들께 누를 범
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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