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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혈기린 외전 3부에 대한 '짧고 부실한' 감상. (수정)
탈퇴한 회원·2003.06.30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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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왕일은 원한을 잊지 않았습니다. (1부)

혈연에게 닥친 불행.

왕일은 생각하고 다짐하고 하여튼 무지하게 고민합니다.

그것은 왕일에게 닥친 운명에 대한 거부였습니다.

피동적 삶에 대한 반항이었습니다.

독자는 그걸 읽습니다.

신의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2~3부)

자포자기, 목적없는 삶을 살던 왕일!

인연과 더불어 얻은 신뢰.

그로인해 짊어진 책임.

왕일은 생각하고 다짐하고 하여튼 무지하게 고민합니다.

그것은 왕일에게 얹혀진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값이었습니다.

독자는 그걸 읽습니다.

대의를 교육받았습니다. (3부 말미)

복수는 작은 일이고 신의 또한 때로 잃을 수 있지만 대의만은 버릴 수 없는 것!

협객 황보 장군이 왕일에게 남긴 유지는 그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위해 살고 그것을 위해 죽을 수 있는 것, 그것이 대의.

왕일이 그것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고 고민하였는지는 사실 잘 알수가 없었습니다.

글 자체가 전하는 이미지가 왠지 전편과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3부는, 앞의 1부 2부보다

스케일이 커졌고, 캐릭터가 많아졌고, 개개의 캐릭터에 대한 밀도가 옅어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인물에서 시선을 떼어 시대의 흐름을 조망하는 스케일에 중시한, 굳이 비교하자면 천마군림에 가까운 필치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찌보면, 1, 2부에 비해 더욱 안정된 필체로 쓰여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마는

문장 자체를 양념하는 재미도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결전 앞에서 갑작스레 왕일은 결론을 내립니다.

그것은, 이 글의 1-2-3부를 꿰뚫는(꿰뚫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판단되는) 연설입니다.

인간이 살아가며 마주치는 수많은 인연들과, 그렇게 간직한 만큼의 책임.

그리고 결론은 다시 1부의 도입으로 돌아가버립니다.

  "누구의 목숨도 그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그가 살아오며 만났던 사람들, 미워하고, 사랑했던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삶이고 목숨이야. 그러니 나는 이제 예전처럼 간단하게 생명을 던지진 못해. 나는 당신과 싸울 거야. 있는 힘을 다해서!"

대의란 그런 것?

지금의 왕일이, 가진바 모든 힘과 인연을 잃고, 가족들이 다시 살아오고 대기근이 덮쳐온다면,

그는 다시 20냥에 청춘을 팔 수 있을까요?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왕일과, 이야기를 끝맺는 왕일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인간이 살아가며 마주치는 수많은 인연들과, 그렇게 간직한 만큼의 책임.

저는 그 책임을 설명하는 단어가 바로 '운명' 이라고 생각합니다.

왕일은 다시 피동적인 운명의 포로가 된 것입니다.

다른 점은.. 이제 그에게는 힘이 생겼다는 것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물론 저의 이해력이 부족한 탓이 크지만) 의아한 기분이었습니다.

결국 <방법이 그것밖에 없으니까> 이런 소리를 하고 있는거 아냐?

<방법이 그것밖에 없으니까> 라는 말은 1부에서부터 왕일의 말버릇처럼 나오던 것...

그런데 저의 이 감상문은 3부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또다시 급격한 전환을 맞습니다.

불계화상이 말했다.

"백호와 청룡에겐 명가의 피가 있다. 주작에게는 천부의 재질이 있지. 현무에게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오랫동안 궁금해했다만 오늘 알겠다. 불굴의 의지야말로 어떤 독보다도, 암기보다도 강한 힘이라는 걸 말이다."

불굴의 의지야말로 왕일이 1부에서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황보 장군과 여타의 협객들이 가지고 있을 '대의'라는 가치를 존재케하는 것에 필요불가결한 요소도 그 불굴의 의지라는 것이었습니다.

아, 협객은 불굴의 의지가 필요한 거구나.

[불망원, 불상신, 불기의] 셋을 묶어주는 끈이 그 불굴의 의지라는 거구나.

알고보니 왕일은 등장할때부터 협객이었던 것입니다.

불망원도, 불상신도, 불기의도 알지 못했던 왕일이 협객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 불굴의 의지라는 거구나.. 라고

'너무도 간단하게' 결론을 내버렸습니다. (라기보단 소설의 엔딩멘트를 노골적으로 끌어다 왔습니다)

좀 더 느긋하게 읽고 느긋하게 생각을 하고 싶었지만

솔직히 책을 읽는 동안 그다지 집중할수만은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내일 입대한다는 것을 핑계로 설익은 감상을 후다닥 즉석에서 만들어 올리는 것에 대해서도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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