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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척밖에 할줄 모르는 주인공들. 죽어있는 캐릭터. 숫자놀음
탈퇴한 회원·2003.09.2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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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작가연재 말고는 연재란에 손댄적이 없지요. 그러고보니 고무림도 그리 오래 오간것은 아니기도 하구요. 어쨌든 아는 작가가 없어서 작가연재 외에는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맘에 안드는 무협소설을 보는건 대여점에서 신간이 나왔을때만으로 충분하다 싶었거든요. (맘에 드는 무협소설을 찾았을때의 기쁨이 더 크긴 하지만) 그러다가 오늘 우연히(최근 출간된 '반도'가 있어서요. 참고로 반도는 아주 잘 읽었습니다.) 다른 연재란을 훑어봤고, 몇개의 글을 읽었습니다. 잘 읽다가 갑자기 짜증이 나기 시작해서 지금은 참기 힘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10시간 정도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구요. 그러니까 지금 이 글은 순전히 제 화풀이입니다.

'무림맹 서열 27위의 고수, 아무개!'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잘 안가네요. 낭중지추라고 천하제일고수나 좀 나아가 사대고수, 십대고수 정도는 그럴듯도 하다고, 아니 가능은 하다고 생각합니다만 27위까지 서열을 매기다니. 매달 비무대회를 하는것도 아니고 넓디넓은 중국땅에 흩어져 있으면서, 그리고 보통 둘이 싸움을 하면 죽던데 서열매길때는 안죽이는건가요?(좌백님의 천마군림같이 서열매기는 방법이 설명되는것도 아니고.)

그래서 축구생각을 해봤습니다. 승패도 있고 포지션도 여러가지니까 왠지 무예와 비슷하다 싶어서. 혹시 세계랭킹 27위의 미드필더가 누군지 축구팬은 다 아는 걸까요? 아니 축구선수들이라도 알까요? 혹시 그런 순위가 있다면 3위의 미드필더와 5위의 윙백이 싸우면 누가 이기는 걸까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이런 숫자놀음은 작가의 게으름의 소산이 아닐까란 의심이 자꾸 들더군요. 조연급 또는 엑스트라급 등장인물에 대해 설명할 필요없이 '어디어디 소속 서열 몇위의 누구누구다'라고 하면 독자들이 '아! 그런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도록. 저같이 삐딱한 사람은 예외겠습니다만... 어쨌든 조금 실망해서 대충 글을 쓰는 작가로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됐죠.

근데 이렇게 숫자놀음을 좋아하는 작가들의 특징이 또 있더군요. 그건 바로 주인공이 아주, 매우 잘났다는 건데요.(서열 몇위들은 아마도 등장인물들의 능력치를 알려주기 위해서 쓰이는듯 하더군요. 이외에도 삼류,이류,일류,절정,초절정의 단계나 무공의 단계를 도식화시키기도 하죠) 이 잘남을 서술하는 방식이 참 재밌더라구요. 먼저 어느 나쁜놈이 함정을 팝니다. 그걸 잘났다는 사람들(예를들어 만박서생, 천기신뇌 등등) 아무도 모르거나 그사람들만 아는데 주인공은 알죠. 그리곤 잘난척을 해대죠. 그 사실을 알아낸 근거라고 주저리주저리 나오지만 제가보기엔 다 억지로 가져다붙이는 정도. 대부분 무공에도 소질이 넘치다 못해 소질을 흘리고 다닐 정도기도 하죠. 이해가 안되는건 소설속의 어떤 천재보다도 한층 뛰어나단 거죠. 그래서 또 생각을 했죠. 왜 이렇게 억지로 주인공을 꾸미는 걸까? 주인공이 잘났다고 설정을 해놨는데 서술할 능력이 안되는가보다. 그럼 왜 주인공들은 다들 저렇게 억지로 잘났을까? 작가가 힘든건 아랑곳하지 않고. 그런 반쪽이 주인공 주제에 또 글속에서 잘난척은 왜저렇게 해대는걸까?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잘난사람이 하는건 잘난척이 아니죠. 근데도 주인공이 잘난척을 한다는건 못난 사람의 대리만족을 위한 주인공이라는거죠. 뭐 소설로 대리만족을 하는게 나쁜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글을 망쳐가면서까지 저래야하는가 싶었죠. 그다음엔 가슴이 조금 답답하더니 분노가 꿈틀. 이제까지 허접한 무협소설(솔직히 소설이란 말 붙이기 굉장히 싫음)들이 판을 치고 득세한 게 (고작)저런 이유 때문이었구나. 젠장!!!!!!!

논검란 보니까 무협계를 경제적으로 살리기 위해 고민하는분 많던데, 전 무협소설이 별로 인정 못받고 무협지란 말이 쓰이는게 어쩌면 당연하다 싶기도 합니다. 왠지 우리나라 가요계랑 흡사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유료화 사이트라던지, 한국의 락을 이어나가겠다고 얘기해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과거 아이돌스타 출신의 모 가수와 그의 팬들처럼 무협이란 이름자 달았다고 다 무협은 아니다 싶기도 하고

제가 걱정이 되는건 무협을 살린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무협소설'이 되고 싶어하던 '무협지'를 다시 무협지로 만드는게 아닌가 하는거죠. 너무 빨리 자랄려고 하면 변질되고 비틀리는거 아닌지...

글쓰기 전에는 화가 났는데 다 쓰고 나니까 좀 착잡하고 무섭기도 하고... 어쨌든 다들 건필하시고 즐겁게 독서하시길.   제가 바라는건 그저 현실에 존재했으면 딱 좋을 주인공이 아니라 소설속의 나름의 진짜 세계에 존재하는 살아있는(무참하게 지고, 해답없는 일에고민하고, 울고, 나쁜짓하고, 후회하고, 착한짓하고, 부끄러워하고, 무참히 사람을 죽이고, 생각하기 귀찮아서 해선 안될짓도 하는)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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