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별궁
-------------------------
* * *
내가 매일 공부하는 별궁 1층에는 여러 개의 방과 여러 개의 문서 보관실이 있었다.
별궁의 다른 층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돼 있는지 모른다. 다른 층에도 사람이 있었고 뭔가를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가본 적이 없다. 계단을 오르지 않고 들어가는 1층만 출입했다.
별궁 1층에 들어서면 독특한 냄새가 났다.
엄마는 이게 [책 향기]라고 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별궁 1층에 공부하러 가면 나는 이 독특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딱 한 가지로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한 냄새였다.
“엄마, 이 냄새는 뭐예요? 어디서 나는 거예요?”
“이건 책 향기야. 별궁에 있는 온갖 책들이 꽃처럼 스스로 만들어 낸 향기야.”
콧속까지 확 와닿는 짙은 향과는 달랐다. 책 향기라는 것을 미리 알고 의식하지 않으면 모르고 그냥 지나쳐버릴 수도 있었다.
너무 강하지도, 그렇다고 아무 느낌이 없는 정도로 약하지도 않았다. 적당한 향기로 별궁 1층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책 속에 있던 이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그 향기에 담겨 있었다.
책 향기를 따라 책장 사이를 걷다 보면 내가 정교회당 밖 세상으로 나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냄새들과는 다른 기분 좋은 낯선 향기였다. 꽃향기처럼 달콤한 냄새는 아니었지만 나는 이 냄새가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책마다 다른 냄새가 나는 것도 좋았다. 오래된 책일수록 그 책만의 독특한 향기가 더 진하게 느껴졌다.
내가 코를 책 속에 파묻고 깊이 숨을 들이쉬면서 책 향기를 맡는 모습을 보면, 엄마는 항상 나에게 놀리듯 말했다.
“책이랑 뽀뽀 그만하고 열심히 공부해야지.”
나는 그럴 때마다 부끄럽게 웃으면서 엄마를 보았다.
냄새라는 것이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걸 이런 책 향기를 생각해 보면 잘 알 수 있었다. 표현할 수 있는 냄새는 정말로 적었다.
표현할 수 없는 냄새의 세계는 별궁 1층에서 무한하게 나의 콧속으로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