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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감이 잡히지 않았다
금석강·2026.04.1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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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이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10대 때부터 열심히 공부했었다. 율리치는 대단히 잘생긴 외모와 훌륭한 몸매로 여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할 정도로 학교에서 유명했지만, 공부를 위해 연애도 하지 않으면서 오직 외교관이 되겠다는 목표에만 전념했었다.


그렇게 해서 외교관이 되었지만 지금 율리치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외교관이 되고 난 다음부터 율리치는 뭔가 잘못된 것만 같았다.


외교관이 되는 데까지는 학교와 외교부에서 배운 대로, 하라는 대로 열심히만 하면 됐었다. 하지만 막상 외교관이 되고 난 다음부터는 게임의 룰이 완전히 바뀐 느낌이 들었다.


하란 대로 해서 되는 일이 없었다. 시키는 대로 해도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율리치는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스페인에서 볼리비아로 온 이후에도 업무 실적을 올릴 방법만 계속 생각했지만 여전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쿠로바킨의 고마운 얘기를 들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긴 했는데, 율리치 본인에게 직접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부러움과 존경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사례였을 뿐이었다.


쿠로바킨이 해주는 얘기를 들으면서 율리치는 자신의 무능함을 더욱 크게 실감해야만 했다.



쿠로바킨이 얘기하며 어떤 설명을 이어가다가 대사관의 [실적 평가서] 점수 얘기가 잠깐 나왔다.


쿠로바킨은 실적 평가서의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해방된 사람이었다. 쿠로바킨의 [수시 사업] 덕분에 실적 평가서는 언제나 만점이었다.


사실 쿠로바킨에게 실적 평가서 같은 것은 아예 문제가 되질 않았다. 실적 평가서보다 훨씬 더 중요한 [수시 사업]이라는 것이 그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실적 평가서 점수에 늘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율리치에게 쿠로바킨의 이 얘기는 좋은 실마리가 되어주었다.


이날 쿠로바킨이 얘기해주기 전에는 [수시 사업]이라는 것이 그 정도의 위력이 있는 건지 알지도 못했었다.


매 분기 대사관 직원들을 상대로 진행되는 실적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자신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율리치에게 [수시 사업]이라는 것과 쿠로바킨이라는 모델은 대단히 중요한 사례임이 틀림없었다.


대사관에서 버티고 외교관을 계속하려면 실적 평가서의 점수를 상위권으로 당장 올려야 하는데 율리치는 그럴 가망이 없었다. 그렇다면 실적 평가서를 초월하는 [수시 사업]이 답이었다.


[수시 사업]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그다음 문제였다. 어쨌든 [수시 사업]이라는 것이 실적 평가서를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날 쿠로바킨을 통해 처음으로 정확히 알게 된 것은 율리치에게 좋은 일이었다.


율리치는 [수시 사업]에 승부를 걸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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