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옥의 미국산 진공관과 똑같은 것을 느터욱이 구했고 그걸 받는 날이었다.
진공관을 받고 나서 응옥은 느터욱에게 가져온 종이 한 장을 꺼내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걸 만들어 줄 수 있냐고 느터욱에게 물었다.
느터욱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응옥이 회로 설계도처럼 그려온 것을 자세하게 보았다.
응옥은 이날 느터욱을 만나기 전에 준비한 요즘 베트남 돈을 꺼내 그에게 주면서 언제까지 만들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느터욱은 응옥이 내미는 돈을 보면서 돈은 안 내도 된다고 하며 그냥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며칠 정도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종이를 좀 더 보면서 생각한 다음, 만드는 게 가능할 거 같다고 대답했다.
느터욱은 이걸 도대체 어디다 쓰려고 하는지 응옥에게 물어보았다.
응옥은 집에 있는 낡은 오디오 앰프를 업그레이드하려고 한다고 대답했다.
“어∼ 앰프∼, 그럴 수도 있겠다. 어차피 전류 증폭시키는 내부 회로에 변압기 같은 것들은 다 같은 거니까. 그런데 오디오 앰프 뜯어서 내부에다가 장착하는 거 혼자 할 수 있겠어? 여자애들은 그런 거 잘 못 하는데? 내가 최대한 간단하게 키트로 만들어 주긴 하겠지만, 그래도 어려울 텐데···. 응옥이 너희 집에 있는 앰프 내부에 원래 달린 것들을 부분적으로는 아예 떼어내야 하는 것도 있을 건데, 괜찮겠어? 할 수 있겠어?”
“네, 오빠. 할 수 있어요. 저 전자제품 DIY 좋아해요. 취미로 많이 해봤어. 간단한 납땜도 하고요. 오빠가 다 만든 다음, 어떻게 붙이는지만 설명해 주시면 제가 해볼게요. 만약 하다가 안 되면 오빠한테 다시 물어보고요.”
“어, 그래? 와, 대단한데.”
“뭘요, 그냥 조금 하는 정도예요. 집에 책들이 많아서 보고 배웠어요. 전자회로 관련한 자료도 많고요. 간단한 것들은 조립할 수 있어요.”
“와, 진짜 대단하다. 하다가 안 되면 나한테 물어봐. 내가 알려줄게···.”
“네, 그럴게요.”
응옥의 산속 집인 미군 보급창고는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의 특수정찰대가 사용하던 거점이었다.
특수정찰대의 주요 임무는 북베트남 인민군과 베트콩 게릴라들이 은신해 있는 위험지역으로 비밀리에 출동해 소규모 기습작전을 벌이고 다시 철수하는 거였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스파이 활동을 위해 적진으로 침투시키는 첩보원들이 이곳 보급창고를 중간 점검을 삼고 특수정찰대의 안내를 받아 목표지점으로 들어가는 작전 수행이었다. 그러니까 위장용으로 보급창고를 만들어 놓고 실제로는 특수정찰대가 전술용 은신처로 활용했던 것이다.
그래서 일반 보급창고라면 없었을 것들까지도 보급창고 내부의 여기저기에 들어있었다. 북베트남 돈과 남베트남 돈 그리고 100달러짜리 달러가 가득한 여러 상자도 그런 것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