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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코어(The Core)』 제2화, 고븐힐의 연주가
TheCore1·2026.04.1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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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문피아 감성으로 읽는 묵직한 현대 판타지


『코어(The Core)』 제2화, 고븐힐의 연주가


처음에는 단순히 “광인을 쫓는 헌터들의 추적전” 정도로 생각했다. 총을 든 인물들이 도시를 누비고, 오토바이가 하늘을 날고, 홀로그램 장비와 특수 무기가 등장하는 장면들만 놓고 보면 이 작품은 분명 강렬한 SF 액션 세계관을 가진 이야기다. 그런데 제2화 『고븐힐의 연주가』를 끝까지 읽고 나면, 이 작품의 진짜 무게중심은 총성과 추격이 아니라 한 청년의 삶과 상처, 그리고 세상에 끝내 이해받지 못한 마음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고븐힐의 연주가』는 겉으로는 광인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헌터 에이프릴, 오브라이언, 슈프리머는 반광인 상태의 남자 앨버트 맥클레인을 생포하기 위해 도시 곳곳을 뒤진다. 초반부는 숨 돌릴 틈 없이 빠르다. 편의점 체포 작전이 실패하고, 도심 한복판에서는 광인이 된 남자가 사람들 사이를 꿰뚫듯 달아난다. 벽을 타고 오르고, 다리 아래를 기어가고, 비행 모드로 전환한 오토바이와 스피드 보드가 그를 뒤쫓는다. 장면은 화려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영상으로 옮겨도 될 만큼 선명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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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작품이 인상적인 이유는 그 추격의 대상이 단순한 ‘괴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앨버트는 누군가를 즐겨 해치던 악인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오래 참고, 너무 오래 버티고, 너무 오래 자신을 눌러온 사람이었다.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남들보다 느리다는 이유로 오해받고, 무시당하고, 이용당하고, 위험한 현장으로 내몰리고, 그 속에서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살아낸 청년. 작품은 그가 광인이 되기 전 어떤 삶을 버텨왔는지를 굉장히 길고 집요하게 보여준다. 이 점이 정말 좋았다. 보통 이런 장르물에서는 “왜 괴물이 되었는가”를 한두 줄 비극으로 덮어버리기 쉬운데, 『고븐힐의 연주가』는 그 과정을 결코 가볍게 지나가지 않는다.


앨버트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계속 먹먹해진다. 그는 게으르거나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성실하고, 지나치게 순응적이며, 지나치게 묵묵하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사람을 보호해주지 않는다. 말이 느리고, 반응이 늦고, 대화를 피곤해하는 사람에게 사회는 기다림보다 조급함을 먼저 내민다. 이해보다 짜증을, 배려보다 무시를, 관심보다 낙인을 준다. 작품 속 심리치료사와 주변 인물들의 말, 각종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 동료들의 태도, 관리자들의 폭언과 구조적인 착취는 결국 한 사람을 천천히 벼랑 끝으로 내몬다. 그래서 앨버트의 파국은 갑작스러운 폭주가 아니라, 이미 오랫동안 예정되어 있었던 사회적 균열처럼 느껴진다.


그런 점에서 『고븐힐의 연주가』는 단순한 현대 판타지나 액션물이 아니라, 청년 노동과 소외, 경계선 지능, 빈곤, 구조적 무관심 같은 현실의 문제들을 장르적 장치로 변환해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읽는 내내 판타지 세계를 보고 있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지금 우리의 현실이 겹쳐 보인다. 불안정한 일자리, 노동의 존엄이 무너진 환경, 성실함이 보상받지 못하는 구조, 그리고 사람을 사람답게 봐주지 않는 시선. 그래서 이 이야기는 비현실적인데도 너무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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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화의 백미는 제목 그대로 ‘연주가’ 라는 정체성이 끝내 앨버트를 규정한다는 점이다. 그는 광인이 되었지만, 끝까지 완전히 괴물로만 남지 않는다. 그에게는 아버지에게 배운 트럼펫이 있고, 어린 동생과 함께 올랐던 고븐 힐이 있고, 도시를 내려다보며 연주하던 기억이 있다. 이 작품은 인간을 파괴하는 것은 세상이지만, 인간을 끝까지 인간으로 붙잡아 두는 것도 결국 기억과 음악, 그리고 누군가와 나누었던 따뜻한 순간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후반부의 감정선은 정말 아름답고도 처절하다. 아버지 이완 맥클레인의 삶, 재즈바 ‘플라잉 볼’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Send in the Clowns』를 둘러싼 단서, 그리고 고븐 힐에서 다시 이어지는 트럼펫. 이 모든 장치들이 마지막 장면을 위해 차곡차곡 쌓여간다. 총으로 끝나는 이야기인데도, 이상하게 마지막에 남는 건 폭력의 잔상이 아니라 한 곡의 음악이 지나간 자리 같은 여운이다. 빗속에서 트럼펫을 부는 장면은 이 화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이자, 앨버트라는 인물의 삶이 마지막 순간에야 비로소 한 편의 음악처럼 완성되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마지막 총성이 더 슬프다.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너무 늦게 발견된 한 사람의 존엄이 사라지는 소리처럼 들린다.


등장인물들도 무척 매력적이다. 에이프릴은 강하고 거칠지만 감정의 결이 살아 있는 인물이고, 오브라이언은 거친 농담 속에서도 현장의 무게를 버티는 존재다. 슈프리머는 가볍고 능청스러워 보이지만 위기 속에서의 감정 변화가 또렷하다. 그리고 정보보안센터장 코비, 앤더슨 같은 인물들은 작품 전체의 세계관을 한층 더 깊고 음울하게 만들어준다. 각자의 방식으로 이 세계를 살아내는 인물들이 단순 기능 캐릭터로 소비되지 않는 점도 이 소설의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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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 역시 인상 깊다. 액션 장면은 빠르고 시각적이며, 감정 장면은 오래 끌지 않으면서도 묵직하다. 특히 앨버트의 회상 파트는 반복되는 노동과 피로, 작은 수치심, 쓸쓸한 농담, 잠깐의 웃음, 말 못 하는 답답함 같은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독자의 감정에 깊게 스며든다. 소설을 읽는 동안 “이 인물을 구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데, 바로 그 감정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좋은 서사라는 뜻일 것이다.


『고븐힐의 연주가』는 화려한 장르적 재미와 잔혹한 세계관, 그리고 아주 인간적인 슬픔이 동시에 살아 있는 에피소드다. 단순히 “재미있다”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고, 읽고 나면 오래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다. 거대한 세계관 속 추격전과 전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분명 몰입할 수 있고, 그보다 더 깊게는 상처받은 인물의 내면과 현실적인 비애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더 크게 다가올 작품이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고븐힐의 연주가』는


괴물이 되어버린 한 청년의 이야기이면서, 끝내 음악으로 자신을 증명한 한 인간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마지막 연주는, 단지 앨버트 한 사람의 비극이 아니라 이 세계가 얼마나 잔인한 방식으로 사람을 망가뜨리는지, 또 그 와중에도 얼마나 아름답게 한 사람의 마음이 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읽고 나서 한동안 마음이 조용해지지 않는 작품을 찾는다면,

액션과 감정, 세계관과 인간 드라마가 함께 살아 있는 현대 판타지를 찾는다면,

『코어(The Core)』 제2화 『고븐힐의 연주가』는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에피소드다.



일반소설, SF
코어(The Core)
TheCore1
총 49화 조회 193 2025.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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