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때부터 세상 모든 사람의 상태창이 보였다.
[우측 슬관절 / 내측 반월상 연골 수평 파열]
[퇴행성 변화 동반 / 관절경 수술 권장]
어디가 고장 났는지, 어디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훤히 보였다.
그 덕에 대한민국 최연소 정형외과 과장 자리까지 앉았다.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세상은 너무 쉬웠고 인간은 고장 난 기계들의 집합체 같았다.
어느 날, 병원 유리를 깨고 괴물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전까지는.
[생체 징후 : 불명 / 심박수 : 측정 불가]
[진단 불가]
[※ 접근 위험 ※]
23년 진료 인생에서 처음 보는 ‘진단 불가’ 상태창.
이성이 마비되고 식욕만 남은 괴물들의 머리 위로, 기괴한 시스템 알림이 떠올랐다.
[신규 퀘스트 발생 : 집도 기록]
• 조건 : 감염체 처치 (0 / 10)
• 보상 : 미공개
비명이 난무하는 생지옥 속에서 나는 도망치는 대신 뼈를 깎고 자르는 수술용 전기톱을 집어 들었다.
위이잉—
"형…… 이렇게 죽여도 되는 거예요?"
"나 지금 가운 입고 있는 거 안보여? 치료 중인거야. 치료법에 맞게. "
밀리미터 단위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신의 손놀림.
23년간 갈고닦은 귀신같은 기술이 드디어 제대로 써야 할 대상을 찾았다.
"준비해. 첫 번째 환자 들어온다."
종말의 날.
천재 의사 권우진의 완벽한 집도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