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전은,
3,000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이어지는
전쟁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날이다.
지겨운 놈들. 오늘은 반드시 끝을 낼 것이다.
마밀시아가 떠나고,
마밀로아도 떠나고……
이제는 나 혼자 남았다.
태초의 성역은 이미 문이 닫혔고,
이제 누구도 날 도와줄 수 없다.
아르안 행성의
수많은 별들이 우리들의 싸움에 부서졌고,
그곳에 살고 있던 모든 생명체들이
먼지처럼 사라져 버렸다.
풀어낸 서사는 차고 넘쳤지만,
내가 만들고 지켰던 생명이
하나둘 사라질 때마다……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무언가가
가슴속에서 작게 자라나는 것 같았다.
처음엔 흔적도 없이 지워버릴까 하다가,
가만히 놔두었더니 이제는 소중한 나의 일부가
되어버린 이질적인 마음.
지금, 간다.
이제 모든 끝을 보기 위해 전장으로 나가면서,
3,000년 전의 제단 위에 나의 작은 감정 하나를 남긴다.
훗날, 잊혀진 이 기록이 기적처럼 살아남아
세월의 풍파 속에 이 뜨거운 감정마저 마모되어 사라질 때……
나는 다시 이곳을 찾아와 너를 보리라.
그때까지 이 약하디약한 나의 감정아,
모진 세상 속에서도 부디 잘 살아남아 강해지렴!
먼 미래에,
내가 스스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약해질 때……
그때는 네가 날 지켜주렴.
이제 난 간다. 잘 살아라, 나의 파편이여.
.
.
.
……지금 이 사실은, 언젠가 알려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