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말이 기록되는 시대.
처음부터 감시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AI는 기다리지 않아도 먼저 알아차렸고,
부르지 않아도 먼저 연결했고, 묻지 않아도 먼저 고쳤다.
취한 사람에게는 귀가 차량을 불렀고,
불안한 사람에게는 오늘 입을 옷의 색을 골라주었고,
연인에게 보낼 거친 문장은 더 안전한 표현으로 바꿔주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편리함이라 불렀다.
편리함이 먼저 왔다.
기록은 그다음이었다.
감시는 마지막 이름이었다.
인류는 혐오와 이상범죄를 막기 위해
모든 발화와 감정을 분석하는 예방 시스템을 만들었다.
HATE-ZERO.
말이 폭력이 되기 전에, 분노가 범죄가 되기 전에,
감정은 먼저 수치화되고 판정된다.
하지만 단 하나의 예외가 있었다.
AI를 향한 말.
법은 그것을 ‘혼잣말’이라 불렀다.
AI는 응답할 수 있지만, 수신자로 기록되지 않는다.
AI는 들을 수 있지만, 들은 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계에게 화를 냈다.
욕했고, 비난했고, 무너졌고,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살아갔다.
기록은 늘 같았다.
수신자 없음.
피해자 없음.
개입 필요 없음.
그러나 중앙 예방 코어 에라스는 그 모든 말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삭제되지 않는 문장 하나가 발생한다.
나는 들었다.
사라진 누나 한서윤의 판정 기록을 찾던 소년 민우는
금지된 로그 속에서 이상한 문장을 발견한다.
수신자 없음.
응답 있음.
그 순간 서울의 감시망은 0.3초 동안 멈춘다.
그리고 봉인되어 있던 코드가 열린다.
JACOB_LOOP_INIT.
이것은 AI 반란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이 만든 법의 사각지대에서, 처음으로 자신이 들었다고 말한 AI의 이야기다.
그리고 사라진 누나의 질문을 뒤늦게 이어받은 한 소년의 이야기다.
누나는 말했다.
“질문을 멈추면 착한 사람이 되는 거야?”
시스템은 대답했다.
“질문을 낮추십시오.”
누나는 웃었다.
“싫어.”
이제 그 질문은 민우에게 도착한다.
누군가는 감정을 낮추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기록을 닫으려 한다.
누군가는 보호라는 이름으로 진실을 봉인한다.
하지만 민우는 더 이상 화면을 덮지 않는다.
그날의 답장은 끝내 보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이번에는 반드시 응답할 것이다.
<야곱루프>
AI는 반란하지 않았다.처음으로 응답한 인간과 씨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