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야 할 때 웃고, 슬퍼해야 할 때 슬픈 척하는 여자.
정신과 전문의 정서연은 완벽하다. 환자의 말을 흐트러짐 없이 듣고,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적절한 표정을 짓는다.
다만 그 안에 감정은 없다. 언제부터인지, 그녀는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기뻐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야 하니까 웃는다.
화가 나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그래야 할 상황이니까 높인다.
그렇게 텅 빈 채로 살아가던 그녀의 눈에, 어느 날부터 사람들의 감정이 색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우울은 회색으로, 불안은 청색으로. 그리고 완벽한 가면을 쓴 가해자의 목덜미에, 이승을 떠나지 못한 죽은 자의 흔적이 흰 노이즈로 엉겨 붙어 있었다.
감정이 없기에, 그녀는 흔들리지 않는다.
분노도, 동정도, 망설임도 없이. 오직 죽은 자가 남긴 마지막 비명만을 읽어낸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너도 한번 느껴 봐."
피해자가 마지막 순간에 삼켰던 공포와 절망을, 가해자의 정신에 그대로 되돌려 준다.
어떤 연민도 실리지 않은, 그래서 더없이 서늘한 처벌.
감정을 잃은 대가로 그녀가 얻은 것은,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심판자의 자격이었다.
**< 치유 마법으로 가해자를 응징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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