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아. 내게 더없이 소중했던 사람을 내가 어떻게 추억했는지 아니?"
"어떻게 추억하셨어요?"
김씨 할아버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할멈이 뿌려진 너른 바다를 가슴 속에 새겼어. 그 곳에 할멈은 없어도, 할멈이 평생 원하던 바다가 있으니까. 그 바다를 기억했단다. 그 곳에는 할멈과 함께 하던 추억도, 할멈의 얼굴도. 그 무엇도 명확히 남아있지 않다만, 밀려오는 파도와 불어오는 바람은 애틋했던, 사랑했던 감정만 남긴단다."
"그게 잘 안되면요?"
할아버지가 이랑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언젠가 이랑이 누군가에게 해주기를 소망했던 것이었다.
"일단 살아가렴. 이 할비가 가게를 지키기 위해 살아갔던 것처럼. 살아가렴. 그러면 너의 바다가 어디가 될 지는 몰라도, 가슴 속에 묻어둔 채 추억할 수 있을 거란다."
"그럴 수 있을까요?"
이랑의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그 날에도 흐른 적 없던 눈물이 속절없이 올라왔다.
"그럼. 신께서 내린 망각이라는 축복은 생각보다 강력하거든. 물론, 그 망각이 우리의 감정까지 없애지는 못하겠지만 말이야."
김씨 할아버지는 이랑을 끌어안았다. 토닥이는 그 손길은 이랑이 평생을 바래왔던 것이었다.
"잊으라고 강요하는 건 아니란다.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지. 그 시간동안 충분히 슬퍼하고. 충분히 아낀 다음에 너만의 풍광에 놓아주면 되는 거란다."
Butterfly waltz (버터플라이 왈츠) - 그들이 살아남는 방법 (1) 발췌
<이 글은 실제로 작가의 증조할머니께 들은 이야기를 인물에 맞게 각색한 것입니다. 너무나도 감명 깊은 이야기였기에 언젠가는 나누고 싶었는데, '김씨 할아버지' 라는 인물의 입을 빌려서 이야기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 여러분의 마음 속에 남을 수 있는 한 문장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