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시험 7년 낙방, 일당 구만 원 짐꾼. 각성 등급 E, 판정 사유는 '언어 감각'. 꽝 중의 꽝이라던 재능이 알고 보니 인류 유일의 몬스터 통역이었습니다. 오늘 1화를 올린 신작입니다.
━ 1화 발췌 ━
오우거의 첫마디는 욕이었다.
정확히는, 세상이 다 아는 그 포효였다. 고막을 긁는 저음. 침 튀기는 파열음. 지난 이십 년 동안 인류가 '전투 개시 신호'로 분류해 온 바로 그 소리.
그런데 오늘, 그게 나한테는 이렇게 들렸다.
『니미 시벌. 쉬는 시간이라고 했지.』
…뭐?
나는 방패 뒤에 숨어 있던 고개를 반 뼘 내밀었다. 화강암 덩어리 같은 오우거 셋이 무기를 든 채 우리 파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끼가 내 몸통만 했다.
『조장님, 저것들 또 넘어왔는데요.』
『보면 몰라? 아, 진짜.』
가운데 놈이 도끼로 바닥을 쾅 찍었다. 헌터들이 일제히 반 발짝 물러났다. 나는 못 물러났다. 다리가 풀려서.
『삼 구역까지가 우리 담당이라고 몇 번을 말해. 넘어온 건 저쪽이잖아. 근데 왜 잡는 건 또 우리 몫이냐고.』
『조장님, 그럼 그냥 상부에 보고만 넣고 빠질까요.』
『보고를 넣으면 뭐 하냐. 대장로가 또 "방침 검토 중"이라 하겠지. 그 방침, 삼 년째 검토 중이야.』
바위 같은 것들이 결재 라인을 씹고 있었다.
미쳤나 봐.
오우거가 지금, 업무 분장 얘기를 하고 있다.
(중략)
말도 안 돼.
지금 쟤들, 파업 중이라서 우리를 안 죽이고 있는 거다.
인류가 이십 년간 목숨 걸고 싸워 온 괴물들이, 노동 쟁의 때문에 최소 업무만 수행하고 있다고. 이걸 누구한테 말해. 말해도 안 믿지. 나도 안 믿기는데.
인류 방위의 최전선이, 실은 서로 야근을 떠넘기는 부서 회의였다. 이십 년간 우리는 회의록을 못 읽어서 총을 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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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윤사마입니다. 오늘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1화가 올라와 있고, 오늘 안에 3화까지 올라갑니다.
이런 분들께 권합니다.
- 헌터물 문법은 좋은데 매번 너무 심각해서 지치셨던 분. 몬스터에게 언어가 있고, 문명이 있고, 노조까지 있습니다. 이십 년 전쟁의 절반은 오역이었습니다.
- 본인만 모르는 오해 전개를 좋아하시는 분. 검 한 번 안 뽑았는데 협회는 주인공을 은둔 최강자로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본인은 그냥 통역했을 뿐입니다.
- 오늘 하루가 야근으로 끝난 분. 을과 을이 만나 서로의 일당을 동정하는 이야기입니다. 종족이 달라도 정시 퇴근하고 싶은 마음은 같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너, 내 말을 끊지 않은 최초의 생물이다.』
수천 년 묵은 흑룡이 주인공에게 자꾸 하소연합니다.
40화 완결 원고를 전량 비축해 두었습니다. 매일 1~2화씩 올라가고, 8월 23일 완결 예정입니다. 연중 걱정 없이 담아두셔도 됩니다.
『E급 통역사인데 자꾸 최강으로 오해받음』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호작 부탁드립니다. 내일도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