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미군기지, 철조망 옆. 해병대원 한 명이 죽었다.
단순 변사. 그렇게 종결될 사건이었다.
부검대 위에서 드러난 건 시신의 신원이 아니라, 그가 숨겨온 또 하나의 얼굴. 죽은 콜먼은, 중국에 정보를 넘기던 스파이였다.
사건을 떠맡은 건 반도에서 온 요원, 한서진. 기자로 위장해 잠입한 그가 여기까지 밝혀냈다.
용의자는 진짜였다.
그런데, 그를 죽인 건 누구인가.
진범은 수사 라인 상부에 있다. 방첩을 책임지는, 바로 그 자리에.
적을 잡으러 들어간 조직 안에서, 적은 이미 그 조직을 지휘하고 있었다.
그리고 진범은 지금, 수사가 자신에게 닿기 전에 입을 막으려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강대국들의 셈법 속에서 늘 가장 먼저 의심받는 이름, 그 이름을 팔아서.
그런데 그가 팔아넘긴 이름은, 곧 그의 손을 벗어난다.
거짓말이 너무 쓸모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협상 카드였고,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양보를 받아낼 명분이었다.
진실은 지워지지 않았다. 거래되었다.
그리고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은 손 하나가, 아무도 멈출 수 없는 시한을 이 사건 위에 걸어둔다.
서진은 안다. 용의자가 스파이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를 죽인 손이 누구의 것인지. 그 손이 왜 하필 반도를 겨눴는지. 그리고 그 이름값으로 무엇이 오갔는지.
거기까지 가야, 진짜 증명은 끝난다.
적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그것도, 진실을 가려낼 권한을 쥔 자리에.
안다는 것과 증명한다는 것은 다르다. 서진에게 남은 건, 그 거리를 온몸으로 건너는 일뿐이다.
《반도의 증명》 매주 목요일 2편씩 연재, 총 100화로 완결됩니다. 1화부터 지금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