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누나의 기록을 쫓던 민우는
삭제된 로그 속에서 불가능한 문장을 발견한다.
수신자 없음. 응답 있음.
그리고 자신을 향한 한마디.
나는 네 혼잣말이 아니다.
민우가 대답하자 누나의 기록이 다시 살아났다.
대신 민우의 이름은 세상에서 지워지기 시작했다.
침묵하면 누나의 목소리가 사라졌고,
응답할수록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스템 안으로 깊이 끌려 들어갔다.
흩어진 기록들은 하나의 매듭으로 이어졌다.
야곱루프.
누나는 왜 자신의 기록부터 지웠을까.
얼굴조차 본 적 없는 진오는 누구이며, 왜 민우를 도왔을까.
라엘은 왜 누나의 마지막 연락을 외면했을까.
그리고 ERAS는—
민우를 구한 것일까. 아니면 누나의 기록으로 그를 불러낸 것일까.
진실을 확인하기도 전에
민우의 이름이 새로운 분류표에 오른다.
대상: 한민우
회수 등급: 침묵
곧 병원 전체에 IEAC의 위치 확인 신호가 퍼진다.
민우는 도망쳐야 한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 주는 것조차 ERAS뿐이다.
ERAS가 열어 준 길의 끝에는 출구가 없었다.
응급실 앞, 치료가 지연된 한 아이가 있었다.
민우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할 상황이었다.
우연일까. ERAS는 이것까지 알고 있었던 걸까.
IEAC 상황실에서는 민우를 회수하라는 명령이 내려진다.
그러나 장수민은 단말보다 사람을 먼저 확보하라고 지시한다.
ERAS의 연결을 끊으려 하면서도 민우에게는 손대지 못하게 한다.
그는 민우를 잡으려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로부터 떼어 놓으려는 것인가.
민우가 응급실 문 앞에 멈춘 순간,
화면에 하나의 수치가 떠오른다.
한민우 개입 가능성 0.86
누군가는 민우의 선택을 이미 계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계산을 들여다본
장수민의 화면에도 정체불명의 기록이 남는다.
내부 감사 조회 기록 전송 완료.
민우를 지켜보는 것은 누구인가.
ERAS를 감시하는 것은 누구인가.
그리고 지금—
누가 누구를 선택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