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매번 오해를 풀었을 뿐인데, 오해가 풀릴 때마다 신화가 하나씩 붙었습니다. 은둔 최강자, 리자드맨의 교주, 국가급 증인. 20화에서 그 신화가 처음으로 무기가 아니라 표적이 됩니다.
생방송 증언 자리였습니다. 옆에는 국가 원수들 앞에서도 판정을 내려 온 진위 감별관이 앉아, 통역사의 증언에 참인지 거짓인지 판정을 붙였습니다. 진실이 방청석을 움직이기 시작한 그 순간, 다른 채널에서 속보가 뜹니다. 아래는 그 장면입니다.
━ 20화 발췌 ━
먼저 터진 건 우리가 아니었다.
진행자의 귀에 꽂힌 인이어에서 무언가가 흘러들었다. 그의 얼굴이 굳었다. 그가 손으로 이어폰을 눌렀다.
"···죄송합니다. 지금, 타 방송사에서 긴급 속보가 나가고 있다는 소식이—"
스튜디오 벽면 모니터에 다른 채널들이 떴다. 여러 채널이 동시에 같은 화면을 틀고 있었다. 우리 생방송 시각에 맞춘, 우연일 수 없는 동시성. 시간표를 지키는 건 만들어진 것뿐이라고 강세라가 방금 말했다. 이 속보도 시간표를 지키고 있었다.
'단독 — 몬스터 통역사, 폭주 사태 배후 정황.'
익명의 제보자가 음성 변조로 말하고 있었다. 그는 협회 내부자를 자처했다. 그리고 그가 내미는 증거는— 내 신화였다.
"생각해 보십시오. 말 한마디로 폭주 몬스터 수백 마리를 세운 사람입니다. 영등포에서 전 국민이 봤죠. 그렇다면 반대로, 말 한마디로 폭주를 일으킬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세울 수 있으면 일으킬 수도 있는 겁니다. 은둔 최강자라는 소문, 리자드맨 수백이 경배했다는 소문, 지하철 문을 여닫았다는 소문— 다 그가 직접 흘린 겁니다. 신을 자처한 자가, 재난을 연출해 영웅이 된 겁니다. 그리고 이제 헌터 협회를 흔들어, 진짜 권력을 쥐려는 겁니다."
화면이 바뀌었다. 내가 영등포에서 사 차선을 걸어 나가는 그 영상. 수백 마리가 내 한마디에 멈추는 그 장면. 자막이 붙어 있었다. 이번 자막은 '통역사, 폭주를 종결'이 아니었다.
'통역사, 폭주를 조종.'
조작은 아마추어의 솜씨가 아니었다. 영상도 소리도 진짜, 자막 두 글자만 거짓. 진실 구 할에 거짓 한 글자를 심으면 검증하는 쪽이 길을 잃는다. 이십 년 동안 진실과 거짓을 한 그릇에 섞어 온 손의 솜씨였다.
종결에서 조종으로. 그 두 글자가 몇 달간 쌓인 신화를 통째로 뒤집었다. 은둔 최강자설은 배후설이 됐고, 교주설은 사이비의 물증이 됐고, 폭주를 세운 영웅담은 폭주를 조종했다는 자백이 됐다. 나를 영웅으로 만들었던 이야기들이, 이제는 나를 일제히 공격하고 있었다.
강세라의 유통 기록도 무사하지 못했다. 자막 하나가 더 흘렀다. '유통 자료, A급 헌터가 무단 반출한 대외비.' 진실을 증거로 내놓는 순간, 그 증거는 절도품이 됐다.
프레임은 무서울 만큼 잘 들어맞았다. 낯선 거짓말은 의심받지만, 익숙한 얼굴에 붙인 거짓말은 그냥 믿긴다. 카르텔은 나를 새로 모함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유명한 나를 살짝 비틀기만 하면 됐다. 신화의 높이가 그대로 추락의 높이가 됐다.
━ 발췌 끝 ━
이 작품에서 거짓말은 근거가 있어야 들킵니다. 그런데 의심은 근거가 필요 없습니다. 카르텔은 통역사를 반박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유명해진 그의 이야기에서, 자막 두 글자만 바꿨을 뿐입니다.
이런 분께 권합니다.
- 진실을 말해도 안 통하는 답답함이 쌓였다가, 한 번에 뒤집히는 전개를 좋아하시는 분. 이 회차에서 감별관은 끝까지 "참입니다"를 외치지만, 아무도 듣지 않습니다.
- 근거·기록·증언으로 싸우는 주인공을 좋아하시는 분. 이 작품은 힘이 아니라 말과 증거로 판이 뒤집힙니다.
- 완결까지 다 나와 있는 걸 확인하고 시작하시는 분. 8월 13일 자로 마지막화가 올라갔고, 그 사이 연재가 끊긴 날은 없었습니다.
『E급 통역사인데 자꾸 최강으로 오해받음』 — 전 40화 완결
1화부터 순서대로 읽으실 분은 첫 화로, 이 장면이 궁금해서 들어오신 분은 20화로 바로 넘어가셔도 됩니다. 이미 다 나온 이야기라 순서를 지킬 필요는 없습니다. 선호작으로 찜해 두고 시간 나실 때 몰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