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숫자로 시작된다.
병력의 수, 남은 식량, 적과의 거리, 버틸 수 있는 시간.
하지만 죽는 사람에게 자신의 목숨은 언제나 하나뿐이다.
북부 변경의 작은 요새, 발테른.
아르덴 육군 중령 에이든 발렌은 이상할 만큼 기록을 많이 하는 지휘관이다.
바람이 멎은 시각.
사라진 까마귀.
말들의 이상 행동.
남은 군량.
전령이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
그는 숫자를 믿는다.
숫자는 사람의 기억보다 덜 흔들린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자
기록장 밖의 것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성문 밖에 남겨진 일곱 사람.
겨울을 버티기 위해 버릴 수 없는 장작수레.
후퇴시키지 못한 부상병.
장교보다 길을 잘 아는 농부와 마차꾼.
보고서에는 한 줄로 남지만, 누군가에게는 세상의 전부였던 죽음.
에이든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명령을 어기고,
옳다고 믿었던 판단 때문에 사람을 잃으며,
승리한 뒤에도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 다시 기록한다.
그러나 적에게도 가족이 있고,
아군에게도 비겁함과 욕심과 허영이 있으며,
유능한 지휘관도 사람을 잘못 보고, 화를 내고, 틀린 판단을 한다.
그리고 한 번의 승리 뒤에는
부서진 수레와 굶주린 병사, 돌아오지 못한 사람,
이름을 기다리는 가족들이 남는다.
작은 국경의 충돌은 점차
성 하나와 지역 하나를 넘어
군대와 도시, 백성과 상인, 피란민과 함대까지 집어삼키는 긴 전쟁으로 번져간다.
누가 영웅이었는지가 아니라,
그 영웅의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아 있었는지를 기록하는 전쟁 이야기.
전쟁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