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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고 싶어서 파는 게 아니다. 팔아야 해서 파는 날이 있다
반지하창문·2026.10.13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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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7월 9일, 토요일 정오. 라디오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한 번 끊깁니다.


“……김일성 주석이 어제 새벽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전쟁 나는 거 아니냐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집니다. 열네 살 아들은 하던 일을 멈추지 않습니다.


“엄마. 안 나. 월요일에 객장 가자. 아홉 시 반까지.”


오후 3시, 전화가 울립니다. 70 평생 돈을 굴려 온 박 여사입니다.


“월요일이냐.” “네.” “얼마.” “삼억 전부요.” “알았다.”


전쟁 소식이 나온 날, 그 노인은 질문을 세 개 넘게 하지 않았습니다.


7월 11일, 월요일 아침. 객장 사람들은 전광판보다 텔레비전을 먼저 봅니다. 지수는 생각보다 덜 빠집니다.


한 종목만 다릅니다. 대명전선. 명동 쪽 창구 세 곳에서 같은 크기의 물량이 쏟아집니다. 값은 단숨에 하한가.


지점장이 목소리를 낮춥니다. 사채 담보 반대매매로 보이니 오늘은 근처에 가지 말라고. 박사는 반만 사자고 하고, 안내석 누나도 내일 더 나올 수 있다고 합니다.


모두 맞는 말입니다. 보통의 반대매매라면.


아이의 속은 마흔여섯입니다. 금융감독원 조사역 16년. 지난 삶에서 이 종목이 적힌 내부 자료를 읽었습니다. 대주주가 명동에 맡긴 주식은 32만 주. 오늘 그게 다 나오면, 내일은 더 나올 물량이 없습니다.


“오늘 파는 사람들은 팔고 싶어서 파는 게 아니에요. 팔아야 해서 파는 거예요.”


어머니가 주문표를 꺼냅니다. 매수란. 대명전선. 8,200원. 4만 7,300주. 그리고 늘 자기를 말리던 지점장의 말을 처음으로 끊습니다.


“지점장님. 받아요. 전부.”



[이 작품의 재미]

  • 금융실명제, 김일성 사망, 외환위기, 닷컴, 리먼. 그 시절 뉴스를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장면마다 그날이 떠오르실 겁니다.


  • 예언이 아니라 계산으로 이깁니다. 누가 왜 파는지, 물량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숫자로 보여 드립니다.


  • 반대하는 사람이 바보가 아닙니다. 혜진 누나는 자기 반대 의견을 날짜까지 수첩에 적어 두고, 결과로 따집니다.


  • 곗돈 300만 원에서 시작해 돈이 커질수록 어머니의 자리가 바뀝니다. 말리던 지점장이 어머니 옆자리를 먼저 비워 두게 됩니다.


[연재 정보]

  • 무료 연재 중

이 장면은 19화 「받아요. 전부.」입니다. 1화 「늦으셨네요」부터 함께 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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