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7월 9일, 토요일 정오. 라디오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한 번 끊깁니다.
“……김일성 주석이 어제 새벽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전쟁 나는 거 아니냐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집니다. 열네 살 아들은 하던 일을 멈추지 않습니다.
“엄마. 안 나. 월요일에 객장 가자. 아홉 시 반까지.”
오후 3시, 전화가 울립니다. 70 평생 돈을 굴려 온 박 여사입니다.
“월요일이냐.” “네.” “얼마.” “삼억 전부요.” “알았다.”
전쟁 소식이 나온 날, 그 노인은 질문을 세 개 넘게 하지 않았습니다.
7월 11일, 월요일 아침. 객장 사람들은 전광판보다 텔레비전을 먼저 봅니다. 지수는 생각보다 덜 빠집니다.
한 종목만 다릅니다. 대명전선. 명동 쪽 창구 세 곳에서 같은 크기의 물량이 쏟아집니다. 값은 단숨에 하한가.
지점장이 목소리를 낮춥니다. 사채 담보 반대매매로 보이니 오늘은 근처에 가지 말라고. 박사는 반만 사자고 하고, 안내석 누나도 내일 더 나올 수 있다고 합니다.
모두 맞는 말입니다. 보통의 반대매매라면.
아이의 속은 마흔여섯입니다. 금융감독원 조사역 16년. 지난 삶에서 이 종목이 적힌 내부 자료를 읽었습니다. 대주주가 명동에 맡긴 주식은 32만 주. 오늘 그게 다 나오면, 내일은 더 나올 물량이 없습니다.
“오늘 파는 사람들은 팔고 싶어서 파는 게 아니에요. 팔아야 해서 파는 거예요.”
어머니가 주문표를 꺼냅니다. 매수란. 대명전선. 8,200원. 4만 7,300주. 그리고 늘 자기를 말리던 지점장의 말을 처음으로 끊습니다.
“지점장님. 받아요. 전부.”
[이 작품의 재미]
금융실명제, 김일성 사망, 외환위기, 닷컴, 리먼. 그 시절 뉴스를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장면마다 그날이 떠오르실 겁니다.
예언이 아니라 계산으로 이깁니다. 누가 왜 파는지, 물량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숫자로 보여 드립니다.
반대하는 사람이 바보가 아닙니다. 혜진 누나는 자기 반대 의견을 날짜까지 수첩에 적어 두고, 결과로 따집니다.
곗돈 300만 원에서 시작해 돈이 커질수록 어머니의 자리가 바뀝니다. 말리던 지점장이 어머니 옆자리를 먼저 비워 두게 됩니다.
[연재 정보]
무료 연재 중
이 장면은 19화 「받아요. 전부.」입니다. 1화 「늦으셨네요」부터 함께 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