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아. 밥 먹어.”
눈을 뜹니다.
누런 천장, 귀퉁이에 핀 검은 곰팡이.
1993년 5월, 상계동 반지하. 열세 살의 몸입니다.
어제까지 그는 금융감독원 조사역이었습니다.
증권사 4년, 금감원 16년.
10년을 쫓은 계좌 17개, 재단 셋, 그 위에 앉은 사람 하나.
장부로는 이겼는데, 들고 갈 곳이 없었습니다.
비 오는 횡단보도에서, 브레이크 소리 없는 검은 차가 인도로 올라왔습니다.
달력에는 어머니 글씨로 두 글자.
‘곗돈’
오늘입니다.
어머니가 새벽마다 반찬을 무쳐 부은 곗돈 300만 원이 사라지는 날.
지난 삶에서는 그 돈이 돌아오지 않았고, 어머니는 얼마 뒤 밤일을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엔 압니다.
누가 장부를 덮을지, 누가 돈을 빌려 갔다고 우길지.
거짓말하는 얼굴을 16년 동안 들여다본 눈이 열세 살 몸 안에 있습니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33년 치 시장의 정답지.
금융실명제, 외환위기, 닷컴, 리먼.
남들이 버리는 날과 줍는 날을, 그는 이미 다 봤습니다.
삼백만 원부터입니다.
[이 작품의 재미]
- 1993년 명동 증권사 객장. 손으로 쓰는 주문표, 시세판 숫자, 객장 안내석. 그 시절을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반가우실 겁니다.
- 예언이 아니라 계산으로 이깁니다. 누가 왜 파는지, 돈이 어디로 숨는지를 조사역의 눈으로 짚어 냅니다.
- 돈이 커질수록 어머니의 삶이 바뀝니다. 밤일 대신 가게, 셋방 대신 건물. 마지막에는 어머니가 자기 이름으로 결정합니다.
- 그리고 지난 삶에서 그를 죽게 만든 돈의 주인. 이번엔 그 돈줄을 먼저 끊습니다.
[연재 정보]
- 10월 16일 금요일, 1화부터 시작합니다.
- 지금 작품에 들어가셔서 선호작을 눌러 두시면, 시작하는 날 내 서재에서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 무료 연재입니다.
검색창에 ‘금감원 에이스’를 넣으시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