곗돈 300만 원이 사라지던 날.
계주는 대전행 버스표를 들고 있었고, 열세 살 아들이 그 표를 먼저 찾아냈습니다.
방 안이 조용해졌을 때, 문이 열립니다.
흰 셔츠, 단정한 머리. 동네에서 '선생님'이라 불리는 남자.
“벌써 끝났어요?”
그는 설명을 끝까지 듣습니다. 한 번도 끼어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방에서 가장 많이 잃을 뻔한 사람, 어머니를 정확히 봅니다.
“오늘은 다들 흥분하셨으니 통장은 제가 맡아 두겠습니다. 월요일에 가지고 나올게요.”
손이 통장 두 권 쪽으로 뻗습니다.
도현은 그 손을 압니다.
지난 삶, 금융감독원 조사역으로 16년. 끝내 아무 데도 내지 못한 조사 보고서의 첫 줄이 이랬습니다.
'피해자들의 금전 문제를 대신 맡아 정리해 주겠다며 접근하여.'
그 문장 하나로 시작한 돈이 재단 셋이 됐고, 건물이 됐습니다.
보고서로는 몇 번을 읽었습니다. 손이 실제로 움직이는 건 처음 봅니다.
도현이 장부를 통장 위에 올립니다.
“통장은 선생님께 못 드려요.”
“왜?”
“맡는 사람이 한 명이면, 월요일에 또 그 한 명한테 물어봐야 하잖아요.”
열세 살이 어른과 맞서면 지는 싸움입니다.
그래서 도현은 어른들끼리 붙입니다.
“이번에는 받을 사람들이 같이 가지고 있으면 안 돼요?”
“애 말이 맞네. 우리가 가지고 있을게요.”
남자는 웃으며 손을 거둡니다.
“아드님이 똑똑하네요.”
지는 순간에도 웃는 사람.
판을 놓치면 판을 엎지 않고, 다음 판으로 가는 사람.
이 남자가 앞으로 곗돈보다 훨씬 큰 돈으로 돌아옵니다.
그때마다 도현은 이렇게 인사할 겁니다.
“늦으셨네요, 선생님.”
[이 작품의 재미]
- 악역이 허술하지 않습니다. 먼저 와 있고, 먼저 웃고, 지면 다음 판을 준비합니다. 그래서 이길 때 더 시원합니다.
- 주인공은 예언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남긴 기록을 먼저 읽었을 뿐입니다.
- 곗돈 300만 원에서 실명제, 외환위기, 닷컴, 리먼을 지나 재벌이 되기까지.
- 돈은 어머니 이름으로, 결정도 어머니 손으로.
[연재 정보]
- 1화부터 3화까지 올라가 있습니다. 무료 연재입니다.
- 선호작을 눌러 두시면 다음 화를 내 서재에서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재미있으셨다면 좋아요도 한 번 부탁드립니다.
검색창에 ‘금감원 에이스’를 넣으시면 나옵니다.
이 남자는 2화 「통장은 못 드려요」에서 처음 손을 뻗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