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장님. 순찰 나가실 시간입니다."
누가 내 어깨를 흔들었다.
나는 소위가 아니다. 병장이다. 그것도 전역 아흐레 남은 말년 병장.
나는 눈을 감은 채 손을 휘휘 저었다.
"아직 교대 시간 아니잖아. 오 분만 더."
"소대장님?"
영어였다. 그런데 알아들었다.
눈을 뜨니 천장 대신 잿빛 하늘이 좁고 길게 걸려 있었다. 양옆은 흙벽이었고, 엉덩이 밑은 살얼음이 낀 진흙이었다.
마지막 기억은 분명했다. 새벽 불침번. 생활관 복도 끝 의자. 딱 한 번만 눈을 감았다.
장태오 병장, 전역 아흐레 앞두고 근무 중 취침. 그 벌이 이거라면 좀 심했다.
― 1화 「보초는 둘만 서고 나머지는 자라」 중에서
· 1914년 이프르 참호, 복무 두 달짜리 영국군 소위의 몸.
· 게으른 게 들키면 총살인 군대에서, 덜 자고 덜 걷고 덜 죽는 법만 궁리했을 뿐인데 — 주변은 그걸 '명장의 수'로 읽기 시작합니다.
· 1차대전의 실제 날짜와 전장 위에서, 말년 병장의 귀찮음이 역사의 작은 틈을 바꿉니다.
매일 저녁 6시 20분 연재 · 현재 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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