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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 돈을 빌려주세요. 1억이요.” — 13살이 큰손에게 꺼낸 첫 부탁
반지하창문·2026.10.2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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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계단 앞에 검은 차가 섭니다.

골목 아이들이 몰려듭니다. 이 동네에 저런 차가 들어오는 건 빚 받으러 오는 사람뿐이니까요.


차에서 내린 사람은 언덕 위 빨간 벽돌집의 박 여사.

이 동네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반지하 문턱에서 반찬가게 아줌마에게 먼저 머리를 숙입니다.


“도현이 어머니시죠. 인사드리러 왔어요.”


그리고 방석에 앉자마자 보자기를 풉니다.

통장이 쏟아집니다. 16권.


“나머지도 봐 달라고 했지. 약속대로다.”


아홉 권은 박 여사 이름. 일곱 권은 친척과 아는 사람 이름.


“세금 때문에 나눠 둔 거다. 다들 그렇게 한다.”


묻기 전에 대답하는 사람은, 그 질문을 여러 번 받아 본 사람입니다.


도현은 대답하지 않고 일곱 권을 날짜순으로 넘깁니다.

조카 명의 통장에서 손이 멈춥니다.


매달 25일, 30만 원 출금.

도장 재발급 두 번.


박 여사가 전화기를 듭니다. 도현은 메모지에 숫자를 적어 그 손 옆에 밀어 둡니다.

지난 삶, 금융감독원 조사실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쪽지를 넘기던 방식으로.


“고모님도 참. 손도 안 댔어요. 걱정 마세요.”


박 여사가 메모지를 읽습니다.


“25일마다 30만 원.”

“아, 그거요. 관리하느라 든 이자 조금 쓴 거예요.”


손도 안 댔다가, 이자만 조금이 됐습니다.

첫 번째 거짓말에서 두 번째 거짓말로 넘어가는 데 5초.


“이자는 몇 번 받았냐.”

“몇 번이요? 그게, 두세 번……?”

“15번이다.”


수화기 너머가 길게 빕니다.


“450만 원. 내일 아침 9시까지 통장이랑 도장 다 가지고 와라.”


화를 내지 않습니다. 목소리가 오히려 낮아집니다.

이 집 돈이 왜 20년 동안 줄지 않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른 통장에 한 줄이 더 있습니다.

석 달 전부터 매달 5일, 5만 원 자동이체. 받는 쪽 이름은 새빛가정상담회.


약정서는 한 번도 재촉하지 않던 그 선생이, 통장 하나에는 이미 손을 넣어 두었습니다.

5만 원은 돈이 아니라 길입니다. 한번 뚫린 길로는 나중에 3억이 지나갑니다.


박 여사는 조카의 통장 위에 그 통장을 겹쳐 놓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도현이 처음으로 부탁합니다.


“저한테 돈을 빌려주세요. 1억이요. 엄마 이름으로 빌리고, 이자 드릴게요.”


“13살이 1억을 빌려 달라.”


박 여사가 보리차 잔을 손가락으로 돌립니다. 계산하는 손입니다.


“빌려주는 건 아이가 아니라 판단이다. 판단이 맞는지는 아직 두 번 봤다. 세 번째를 보고 주마.”


[이 작품의 재미]


- 주인공은 숫자를 적어 줄 뿐입니다. 거짓말을 끝내는 건 돈 주인의 목소리입니다.

- 악역은 한 번에 크게 오지 않습니다. 매달 5만 원, 길부터 냅니다.

- 큰손은 아이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습니다. 판단에 빌려줍니다. 그래서 맞힐 때마다 판이 커집니다.

- 곗돈 300만 원에서 실명제, 외환위기, 닷컴, 리먼을 지나 재벌이 되기까지.


[연재 정보]

- 무료 연재입니다. 1화부터 바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선호작을 눌러 두시면 다음 화를 내 서재에서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재미있으셨다면 좋아요도 한 번 부탁드립니다.


검색창에 ‘금감원 에이스’를 넣으시면 나옵니다.

이 장면은 6화 「열다섯 번이에요」입니다.


현대판타지, 드라마
회귀한 금감원 에이스가 엄마 곗돈 300만원으로 재벌됨
반지하창문
총 9화 조회 179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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