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은 천 냥. 남은 제자는 셋. 그중 막내가 천하제일인이었다.
사부의 장례가 끝났다.
조객들이 떠난 청명문에는 쌀독을 살피는 막내와, 장부 앞에 앉은 맏사형과, 아무 말 없이 검을 닦는 둘째 사형이 남았다.
그리고 찾아온 손님들은 향 대신 조건을 내밀었다.
문파를 내놓으라고. 너희 셋으로는 어차피 버틸 수 없다고.
둘째 사형이 검을 들었다. 그리고 졌다.
막내는 넘어진 사형을 보다가 앞으로 나섰다.
“싫다고 했잖아요.”
배운 것은 청명팔식. 십오 년 동안 매일같이 반복한 기본검이었다.
상대는 절정고수. 막내는 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도 몰랐다.
첫 초식이 펼쳐졌다.
고수의 검이 들렸고, 막내의 칼끝은 그의 목 앞에서 멈췄다.
“……사형. 저 사람이 약한 거예요?”
망한 문파에 괴물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고수를 꺾어도 빚은 한 푼도 줄지 않았다. 쌀독은 여전히 비어갔고, 비가 새는 지붕은 손을 봐야 했다.
막내는 검을 챙겼다.
“제가 벌어올게요. 그러니까 아직 문 닫지 마세요.”
그렇게 나선 강호에는 검으로 베어낼 수 없는 문제도 있었다.
이겼는데 물건을 잃었다. 사람을 구하러 달려갔다가 지켜야 할 자리가 비었다. 혼자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할수록, 뒤에 남은 사형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네가 없는 날에는 누가 여길 지키는데.”
이번에는 막내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천하제일의 검을 가진 막내. 그 검 뒤에 숨고 싶지 않은 사형들.
셋이 다시 산문을 연다. 의뢰 하나, 상환 한 번, 돌아와 함께 먹는 저녁 한 끼부터.
하지만 청명문이 살아남기 시작하자, 작은 문파의 거절을 용납하지 않는 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문파를 내놓으라고? 이제 막 다시 시작했는데.
《망한 문파의 막내제자가 천하제일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