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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들과 근대에 어울리지 않는 나라의 거짓말
TEARTEAR·2025.10.2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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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스부르크 괴이관리국 김요한 국장', 즉 '합스괴이'의 유료화를 축하드리며 부족하게나마 추천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글을 작성하기에 앞서, 추천글이라기보다도 감상평이나 개인해석에 가까운 이 글을 추천글에 올려도 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음을 밝혀 둡니다.


그러나 주인공 김요한의 출세욕이 곧 우정이요, 박애이자, 애국으로 묘사되기도 하는 이 작품의 내용처럼, 저의 감상평이나 개인해석 역시 누군가에게는 추천글로 비추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글을 올리게 되었다는 점도요.


개인적인 이야기는 이쯤하고, 그럼 바로 합스괴이 이야기로 들어가겠습니다. 추천글 작성은 처음이라 부적절하거나 미숙한 부분이 많아도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합스부르크 괴이관리국 김요한 국장', 줄여서 '합스괴이'는 대체역사물인 동시에 괴이들이 등장하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럼 합스괴이에 등장하는 괴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간단히 말하자면 '인간의 상념에 의해 개변된 현실'의 일종입니다.


골렘처럼 오랜 세월 응축된 사념이 형태를 얻어 괴이가 되거나, 카프카처럼 장막 붕괴 후 괴이가 되거나 하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따지면 좀 다르지만 아무튼 괴이의 큰 틀은 '믿음이 곧 실체를 얻는다'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까다롭스키 작가님의 전작인 '사도세자는 편하게 살고 싶다', 즉 '사도편살'이 떠올랐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63화 상서롭지 못한 물건(3) 편이었는데요, 이 편에서는 주인공인 사도세자가 키워낸 최고의 정예군들이 등장합니다. 사실 실제로 훈련한 것은 제식훈련 정도에, 거기에 덧붙여 멋들어진 군복을 입혔을 뿐이지만요.


보여주기식으로만(?) 굉장히 그럴듯한 정예군들이었지만 아무튼 그 보여주기(?)를 본 백성들은 환호했고, 그 기대를 받은 정예군들 역시 없던 용기가 솟아나 대호를 무찔렀다는 전개로 흘러갑니다.


말이 좋아 정예군이지 허장성세를 빼면 사실상 시체였던 그들을 향한 '믿음'이 결과적으로는 '실체'로 나타난 셈인데... 이거 완전 합스괴이식 논리가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렇게 저는 합스괴이의 큰 뼈대 중 하나가 전작에서도 묘사된 식의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의 '실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품었습니다.


말하자면, 믿음으로 괴이가 실체를 얻는다는 신화myth적인 장치를 위한 맥락일뿐만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국가적 믿음으로 대표되는 근대적 허구myth를 다루는 맥락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이라면 "이건 너무 끼워맞추기 아닌가? 사도편살이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지만 합스괴이랑은 다른 작품이잖아? 그냥 확대해석하는 거 아니야?" 같은 의심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도편살뿐만 아니라 합스괴이에도 비슷한 맥락을 가지는 부분이 상당수 존재합니다. 이는 19화 공포의 계곡(5) 편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요.




"우리 귀에는 그대의 심장 뛰는 소리가 고스란히 들린다오. 딱히 맥박이 거세지는 않더군.


그대는 거짓말쟁이는 아닌 것 같구려. 아니면 지극히 뛰어난 거짓말쟁이일지도."


어느 한쪽을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다. 때때로 모두가 참으로 믿기로 한 거짓말이 참만큼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하니까.(국제정치학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개념이다.)


"그사이에 인간들은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냈습니다. '외교관'이라고 불러 주시지요."


-> 우리의 주인공 요한은 '모두가 믿기로 한 거짓말이 참만큼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며, 이를 '외교'라고 표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거짓말', 즉 '실체가 없다'고 표현하긴 했으나 모두가 믿기로 한 이상 그것은 '믿음'이 되고 '실체'를 얻어 요한의 힘을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죠.


정치력이나 발언권같은 비유적 의미의 힘으로도 그렇지만, 요한의 명성에 비례하여 불사의 힘이 강력해지는 직관적인 구조 역시 작품 내에서 명확히 제시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요한이 해결한 사건들의 상당수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즉 믿음을 실체로 만드는 식이라는 것도 이러한 논리 하에서 주목할 만한 점인데요. 아래는 합스괴이 본편에서 긁어 온 묘사들입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껏 역설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한계점 때문에, 오히려 저는 안심하고 합스부르크를 믿을 수 있습니다.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은 제 신병을 확보하는 즉시, 그 어떤 모질고 비윤리적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제 능력의 원리를 이해하고 재현하려 할 것입니다. 어쩌면 그럴 역량이 있을지도 모르고요.


즉, 제가 실험체가 아닌 한 인간으로 남기 위해서는 오스트리아-헝가리가 필요하고, 오스트리아-헝가리는 굳이 제가 아니더라도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지요. 이만하면 상호 신뢰의 조건으로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 7화 담장 고치기(6) 편에서는 '상호 신뢰'라는 표현을 쓰고




"괜찮습니다, 전하. 그리고, 그렇게까지 국력을 갈아 넣고 기존의 사회적 합의를 무너트려 가며 무기를 찍어 내는 게 과연 최선일까요? 다른 나라들이 모조리 그런 광기에 휩쓸렸다고 해서 그게 정상이 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전쟁에 승리하는 건 애초에 그 지경까지 안 가도 되는 나라다. 꺾이지 않는 마음은 국가적으로 보면 그렇게까지 중요하지는 않다.


더구나 근대국가라는 조직은 사람들 생각보다 훨씬 엉망진창으로 돌아간다. 국가 손에 잔뜩 힘을 몰아넣으면, 그걸로 뻘짓을 할 가능성만 올라간다. 국가가 국민을 쥐어짜서 전쟁 이길 것 같으면 2차대전은 독일이랑 일본이 이겼다.


-> 27화 인간의 굴레(3) 편에서는 '그 지경까지 안 가도 되는 기존의 사회적 합의'라는 표현을 쓰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이 무리(polis) 이루는 동물이라고 했다. 무리짓지 않는 것은 짐승 아니면 신.


반대로, 곁에 무리가 있는 한, 나는 사람이다. 내 몫의 할 일도 있고, 뭔가 해낼 깜냥도 있는.


-> 32화 출항(2) 편에서는 '무리 이루는 동물(사람)의 깜냥'이라는 표현을 쓰며




대공은 국장이 엄청나게 많은 괴이를 포섭했다는 데 고무되고, 괴이들은 국장이 제국의 후계자인 대공까지 포섭했다는 데 크게 놀라고.


카를의 존재로 괴이를 설득하고, 괴이의 존재로 카를을 설득하는 기묘한 순환 구조였지만, 그 전모를 아는 사람은 국장 하나뿐이었기에 아무래도 괜찮았다.


-> 33화 출항(3) 편에서는 '기묘한 순환 구조'라는 표현을 쓰지만, 결국 본질적으로는 같은 논리라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작중에서 요한은 '믿음'을 실체로 만드는 인간이며, '믿음'을 통해 힘을 얻어 강해지는 괴이인 동시에, 본인 역시 '믿음'의 힘을 믿으며 행동하는 외교관이라는 다채로운 그러나 동시에 일관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당연하지만 주인공인 김요한의 특질은 곧 요한을 주인공으로 하는 합스괴이의 특질이기도 합니다. 어울릴 구석이 없는 영토들임에도 구식 질서하에 묶인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그곳에서 프셰미실의 마술사라 칭송되는 요한처럼, 합스괴이 역시 대체역사와 괴이라는 얼핏 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축을 하나의 맥락에서 묶고 있는 마술사와도 같은 묘기를 부리고 있습니다.


이는 합스괴이에 등장하는 괴이들이 판타지적인 환상이라기보다 사회 속 인간군상에 가깝게 조명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역사에서 감춰지고 사라진 이들은 환상이 되지만, 역사에서 살아 숨쉬며 나서는 이들은 곧 현실이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는 지금까지의 합스괴이와 요한에 관한 이야기였는데요, 이제 막 유료화에 돌입하는 만큼 앞으로의 합스괴이와 요한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요한의 향후는 계속해서 지켜봐야 알 수 있는 일이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정황들만 봐도 꽤 확고한 방향성이 보이는 듯합니다.


작중에서도 언급되었지만, 믿음이 실체를 얻는다는 원리는 곧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하나 본질적으로 광기 역시 실체화할 위험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광기를 막아야겠죠? 광기를 어떻게 막을까요? 광기에 찬 믿음을 올바른 믿음으로 이끌어 막아야 합니다.


그리고 온 세상을 올바른 믿음으로 이끌 수 있을 정도로 믿음에 정통한 이는? 작품에서 묘사된 한 유일무이합니다. '무리 짓는 인간'이자 '믿음을 등에 진 괴이'이자 '지극히 뛰어난 거짓말쟁이, 즉 외교관'인 우리의 주인공 요한 킴이 될 것입니다.




실체가 없는 믿음이 실체로 이루어진 역사를 바꿀 수 있다. 이 얼마나 환상적인 이야기일까요. 환상도 역사도 좋아하는 저 같은 독자에게는 특히나 남다른 작품이었습니다.


다들 어느정도 아시겠지만, 이 소설의 배경인 20세기는 원 역사에서 그야말로 광기의 시대였습니다. 물론 원 역사 역시 충분히 그 나름대로 노력한 결과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길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죠. 특히 그 역사 속에서 사라진 국가인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을 다룬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한 애수를 자극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다른 시간대도 아니고 1차 세계대전 발발 시점에, 다른 국가도 아니고 1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사라지는 국가에서 시작한다는 설정도 역시 다분히 의도한 요소가 아닐까...)


웹소설의 본질적인 재미는 물론 부정할 수 없이 주인공의 유능함과 대활약과 성공가도겠지만, 합스괴이는 그와 동시에 독자들에게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원 역사에서는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 기존 이데올로기와의 결별 및 새 이데올로기와의 밀월이 이 소설에서는 다르게 찾아오리라 믿으며 몰입해 읽게 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이성적으로, 혹은 합리적으로, 또는 근대적으로 생각해보자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본인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힘을 손에 얻은 갓난아이가 그 힘을 올바르게 쓸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것과 같은 일이니까요.


그러나 이 소설은 괴이들의 세계라, 믿음은 힘을 얻습니다. 지극히 뛰어난 거짓말쟁이인 요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사라졌어야 할 제국인 오스트리아-헝가리가 그 상징이요, 원래대로라면 존재하지 않았어야 할 괴이들인 크로첸슈타인 5인조(주인공 5인조)가 그 증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믿음이 곧 힘이 되는 세계에서, 요한의 거짓말을 저와 함께 믿으실 분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며, 그 환상이 현실이 될 향후를 기다리며 부족한 글을 마칩니다.




근대국가와 괴이는 공존할 수 없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나는 괴이에 속한다.


오스트리아-헝가리는 솔직히 근대국가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들과 이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나라가 힘을 합쳐, 무언가 대단한 일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31화 출항(3)

대체역사, 판타지
합스부르크 괴이관리국 김요한 국장
까다롭스키
총 278화 조회 68.3만 202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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