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된 신의 영혼이 가장 낮은 곳에 임재(臨在)하며, 고뇌하고 고찰하며 신앙에 짓밟히는 세계에서 자신의 디아스포라를 이끄는 이야기
회귀수선전으로 유명한 엄청난 작가님의 신작
주인공은 본체인 마신에게서 자신을 분리시켜내어, 본래 하나 였던 영혼의 존재를 반은 보좌 위에 묶인 신의 옥체에 두고 나머지 반은 가장 보잘 것 없는, 마신을 모시는 흑마법사들에게 납치되어 죽었던 소년 론의 육신에 임하게 된다
가장 높은 곳에 있었던 존재가 이처럼, 가장 낮은 곳에 임재(臨在)하게 된 것이다.
이 소설을 23화까지 보면서 떠오른 것은 유대교 카발라의 쉐키나(שכינה)라는 개념이었다
임재(臨在)라는 뜻을 가진 이 쉐키나란 개념은 단순히 신의 영광이 임하는 장소나 성궤와 같은 신성함이 머무르는 것을 말하기도 하지만 스페인 대추방령으로 고통받고 또 나찌스에게 대량학살당하며 학대피폐물을 찍어온 유대민족의 설정딸인 카발라에선 다른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자신들과 함께하며, 내려와서 함께 고통받는 신의 반신
가장 낮은 곳에서 고통받는, 신의 여성적인 면이라 할 수 있는 음(陰)의 부분으로서 내려와서 함꼐 고통받는 신성.
주인공은 그런, 밝은 면인 인간의 따스함을 갈구할 수밖에 없는, 마이너스의 혼이다.
주인공은 그 따스함을 위해 영혼을 먹는다는 마치 블리치의 챠드햄 권두사처럼 모순적인 짓을 자행하면서, 순간적인 감정의 그 따스함과 죄악감에 눈물 흘리며 희망이란 무엇인지를 배웠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천국을 바라는 관점에 대해서도 고찰하게 됐다. 가장 낮은 곳에 임재(臨在)한 신이 자신과 함께하는 이들에게 그들을 위한 천국을 줄 수 있을 것인가?
결핍되고, 결여된 자만이 가질 수밖에 없는 따스한 의문이다.
신적 존재들에게 좌지우지되며 신앙을 위해 짓밟히는 약자들의 비참함을 묘사한 세계의 모습 또한, 흥미롭다.
작가가 전작에서 ■■■의 여성적인 면, 즉 음(陰)의 부분을 온정적이고 자비로운 면이라고 서술하기도 했었던 걸 보면 이는 상당히 의미심장하고 이는 일종의 암컷타락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바벨 교단의 본류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 새로이 정착한, 일종의 바벨 교단의 디아스포라라 할 수 있는 바빌론 교단과 함께하며 임재하고 있는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신인 주인공은 과연, 작가가 전작에서 여성적이라 칭한 바 있는 그 감정들에 굴복하며 인간적이고 따스해지는 암컷타락을 이루어낼 것인가
너무나도 기대되는 것이다.
이 소설은 재밌고, 흥미로우며 고뇌할만한 화두를 제공한다. 전작인 회귀수선전과는 방향이 상당히 다르지만, 전작을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존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