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세계관과 깔끔한 필력의 하드폭팔작가님이 이번에 신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주 깔끔한 맛이 일품이던 전작과는 조금 다르게, 이번 작품은... 상당히 쿰쿰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쿰쿰한 맛이 작가 특유의 깔끔한 필력과 만나니, 생각보다 중독성이 있습니다.
우선 작품 속 세계관은 여전히 암울하지만, 작가님의 캐릭터 조형이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이전 작품들의 주인공이 무언가 초월적인 면모를 통해 범상치 않음을 보여준다면, 이번 작의 주인공은 대단히 인간적이면서도 범상치 않습니다.
이 작품 속 개인들은 끊임없이 시험 받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저열함과 악의는 인간성이 한낱 허상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지도록 만듭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비인간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등장인물들의 서사는 한층 더 탄력을 받습니다.
지존법사를 꿈꾸는 머리 나쁜 주인공, 미소녀 TS를 희망하는 육군하사, 변비에 걸린 극성크리스천 등 이 지나치게 인간적인 인물들이
비인간성을 강요받는 세계에서 쌓아 나아가는 서사가 대단히 매혹적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읽고 '데몬소드'가 떠올랐습니다.
다만 두 작품의 블랜딩(?) 정도는 조금 다른데, 데몬소드가 홍어삼합이라면 이 작품은 양배추김치 정도의 담백함입니다.
전작도 깔끔했지만, 더 발전한 것 같은 필력과 맛있는 쿰쿰함까지 갖춰 돌아온,
이 정도로 맛있는 쿰쿰함은 오랫만이라 아래와 같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아포칼립스나 크툴루 등 절망적인 세계관을 좋아하시는 분
-설정붕괴나 무리한 전개 등이 없는 매끄러운 서사 진행을 중요하게 보시는 분
-데몬소드 류의 쿰쿰한 맛을 좋아하시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