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의 본성은 '조우한 적 없는 세계에 대한 동경’에 있다.
좋은 판타지는 그런 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많은 판타지 소설은 판타지스러움을 게임의 스킨처럼 소비한다.
중세 유럽풍 배경, 검과 마법, 익숙한 악역.
어디서 한 번 쯤 본듯한 요소들을 조합해 내놓는 데에 그친다.
손쉬운 재미를 위해 내적 개연성을 포기하고,
치밀한 전개를 위해 인내할 줄 모른다.
이 소설은 사뭇 다르다.
문체는 투박할지언정 고유의 서사를 쌓아나간다.
소설 내의 설정과 설정이 견고하게 맞물려 돌아간다.
하나의 장면을 위해 인내할 줄 안다.
20화 남짓 읽은 지금, 이 작품 전체를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적어도 이 소설이 제 나름의 세계를 성실하게 구축하고 있으며,
그 세계 안에서 자기만의 리듬으로 이야기를 밀고 나가고 있다는 점만은 말할 수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뛰어난 소설이라고 하지 않겠다.
그러나 오늘날의 연재계에 보기 드문 소설임은 분명하다.
또 하나의 세계를 맛보고 싶은 이에게 이 소설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