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연재할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보고 있는 독자입니다.
여러 작품을 보고 있지만, 유난히 이 작품이 덜 읽히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몇 자 적어봅니다.
처음 이 작품을 보기 시작했을 때는, 똘똘한 고아소년의 성장기를 따라가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장애가 있는 소년이 자기 삶을 버텨내고, 조금씩 자기 자리를 만들어 가는 흐름이 좋았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계속 보게 됐습니다.
거기다 요즘 흔히 보이는 천재물과도 결이 달랐습니다.
그 분위기와 결을 좋아했던 분들도 많았는지, 그 시기에 선작이 확 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의대 진학 이후 작품 분위기가 꽤 크게 바뀝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 작품이 잠시 방향성을 잃은 게 아닌가 걱정했습니다.
초반에 붙잡았던 결하고는 분명 달라졌으니까요.
보통 이런 식으로 결이 바뀌다가 힘을 잃는 작품들을 몇 번 봤던 터라 더 그랬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그 구간을 지나면서 이 작품에 더 마음이 갔습니다.
이 작품이 단순히 초반 분위기 하나에 기대는 이야기가 아니라, 처음부터 쌓아온 것들을 더 큰 흐름으로 연결하려는 작품이라는 게 점점 보였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개인의 삶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한 사람의 존재가 의료 현장과 감염, 능력의 문제, 사람들 사이의 관계, 더 큰 권력과 질서의 움직임까지 건드리는 이야기로 넓어지는 과정이 저는 좋았습니다.
특히 저는 이 작품이 의료적인 긴장감을 가져가는 방식이 좋았습니다.
그게 장식처럼 붙어 있는 게 아니라,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바탕이 되고 사건의 무게를 만들어 주는 축으로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능력이나 팬데믹 같은 큰 소재가 나와도 붕 뜨지 않고, 현실감과 긴장감이 같이 갑니다.
이런 부분은 자극적인 장면만 세게 던지는 작품과는 다른 맛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좋았던 건, 판이 커지는데도 중심이 완전히 흐트러지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100화를 넘긴 시점 이후로 작품이 커지면 주인공보다 설정이나 세력 싸움이 앞에 나오는 경우도 많은데, 이 작품은 결국 왜 이 인물이 중요한지, 왜 이 인물을 둘러싸고 일이 커지는지가 계속 살아 있습니다.
거기다 주변 인물들도 대충 스쳐 지나가지 않고, 각자 자기 위치에서 이야기에 의미를 만들어 갑니다.
오래 따라온 입장에서는 그런 인물들 하나하나에도 정이 붙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예전에 지나갔던 장면이나 감정선, 대사 같은 것들이 뒤로 갈수록 다시 다르게 보이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부분이 참 반가웠습니다.
아, 이 작품이 그냥 그때그때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계속 쌓아오고 있었구나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더 놓지 못하고 따라오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누구에게나 다 맞는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초반의 성장기 분위기를 더 좋아했던 분도 있을 것이고, 중간에 결이 바뀌었다고 느낀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따라온 독자로서 말하면, 저는 이 변화가 단순히 이야기가 흔들린 결과라기보다 더 큰 이야기를 하기 위해 넘어간 흐름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읽어온 입장에서는 그 선택이 이 작품만의 색을 더 분명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더 많이 읽혔으면 좋겠고, 지금도 보고 있는 분들 말고 더 많은 분들이 같이 이야기하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다음 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꾸준히 자기 이야기를 밀고 가는 작가님의 힘도, 저는 이 작품을 계속 보게 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