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리뷰를 쓸 생각은 없었습니다. 이유는 훌륭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영 좋지 않다는 것이 걸렸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작가님이 반드시 끝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 추천글을 쓰고자 합니다.
불굴의 엘페리온은 요새 판타지 작품들 하곤 결이 많이 다른 작품입니다. 순수한 정통 판타지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고전적인 느낌이 강하지요.
특히 주인공의 배경 설정이 도드라집니다. 최근에 나오는 작품들과 다르게 주인공은 명확한 목표가 없습니다. 더불어 뛰어난 인물도 아닙니다. 그저 전투 훈련을 조금 많이 받은 순박한 청년이지요.
일평생을 수도원에서 살아 사회에 대한 상식이 좀 부족한 청년이 악마의 습격으로 수도원이 무너진 후 세상 밖으로 나와 삶을 개척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답답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지는 않습니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새하얀 백지 위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서서히 배워가는 주인공의 행보는 어리석기 보단 귀엽다는 느낌을 많이 주기에 거부감 없이 술술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 작가님이 보여주던 전투씬에 대한 긴박감과 절망적인 배경에서 묻어나오는 인간찬가격 서사는 전작들 보다 더 진일보했다는 느낌을 줍니다.
예언아이에서 보여줬던 크리거의 심리전에서 오는 짜릿함이 아니라 거대한 악에 맞서서 정면으로 받아치는 굳건함이 필력에서 묻어나옵니다.
이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순박하지만 강인한 청년 엘페리온이란 주인공의 이미지를 마치 눈에 보이는 듯 그려내는 것이 참 감탄스러운 작품입니다.
물론 완벽한 작품이라고 하긴 어렵겠습니다. 정통 판타지 다운 생경한 고유명사는 독자에게 장벽으로 다가오는 감이 있습니다.
특히 1편은 세계관 설명을 생략하기 위해 작가님이 고육책으로 엄청난 양의 정보를 한번에 쏟아 넣었기 때문에 꽤 읽기 버거웠던 기억이 좀 납니다.
읽어보실 분들이 계시다면 1편은 과감히 생략하고 나중에 천천히 읽으시길 추천드리겠습니다.
이런 단점이 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정통 판타지로서 충분히 수작에 들 잠재력이 있는 글입니다. 낭만있는 정통 판타지에 갈증을 느끼셨던 분이나 작가의 필력 자체에서 재미를 찾는 분들이시라면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