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발칙한 상상, 다들 한 번쯤 해보지 않았나요?
백인들이 들이닥쳤을 때, 흩어져 학살당하던 원주민들이 거꾸로 그들을 부리는 쪽이었다면.
노예무역도, 식민지도 없는 세계. 근대사 전체가 뒤집힌 대륙.
이런 상상, 한 번쯤 다들 해보셨을 거예요.
제가 대체역사물을 워낙 좋아해서 웬만한 건 다 봤거든요.
로마, 삼국지, 조선, 중세 유럽, 2차대전… 안 가본 시대가 없어요. 아메리카 원주민이 되어 문명을 일으키는 소설도 본 적 있고요.
그런데 백인을, 그것도 대대로 머슴으로 부리겠다고 작정하고 덤비는 주인공은 처음 봤어요.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이렇게 발칙한 소재를 여태 아무도 안 건드렸다는 게.
『아메리카 대추장이 되어 백인을 채찍질함』
현대 한국계 미국 이민자가 아메리카 원주민 추장으로 들어갑니다.
왜 하필 복수냐고요?
주인공이 전생에 백인 기득권한테 공장째 불타 죽은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이건 단순한 정복물이 아니라, 한을 품은 사람이 역사 자체를 갈아엎는 이야기예요.
제목만 보면 그냥 통쾌한 복수극 같죠? 근데 주인공이 좀 달라요. 무작정 칼부터 드는 게 아니라, 부족 하나를 회사처럼 굴리면서 차근차근 판을 키워가거든요.
백인들을 어떻게 요리할 생각인지, 그 밑그림이 회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드러나요.
마법도 없고 상태창도 없습니다.
전염병 잡고, 수차 만들고, 배수로 파고. 기술 트리를 하나하나 밟아 올라가요.
처음엔 좀 느리다 싶은데, 그게 오히려 믿음이 가요. 고증과 빌드업 좋아하는 분들한테 딱입니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한 발 한 발 디딜 때마다 "아, 그럼 다음엔 세상이 이렇게 바뀌겠구나" 하고 같이 상상하게 돼요. 그 맛이 큽니다.
블랙코미디도 계속 터집니다. 주인공이 부족민들 밤새 삽질시키는데, 정작 부족민들은 그걸 신을 섬기는 성스러운 의식인 줄 알고 감격해서 웁니다. 이런 장면이 매 화 나와요.
정리하면.
원주민 개발물은 봤어도 이런 건 처음. 채찍이 아니라 머리로 굴리는 영리한 복수. 양산형 아닌 단단한 고증과 빌드업. 매 화 터지는 블랙코미디.
국제 뉴스 볼 때마다 생각나는 소설입니다.
지인 작품이라 하면 믿음이 덜 갈 수도 있는데, 그냥 진짜 재밌어서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