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행운처럼, 반가운 손님처럼, 소설 하나를 만났습니다.
그저 시간을 때우기 위해 글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글을 읽기 위해 시간을 만들게 됐습니다.
-다 -다 –다,로 끝나는 단문투성이의 싸구려 글이 아니라, 문장에는 밀도가 있고, 서사에는 무게가 있고, 읽는 행위 자체가 너무 즐겁습니다.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마치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각각의 선택과 행동이 결국 하나의 거대한 그림으로 이어집니다
류한수, 류기수 형제를 둘러싼 음모, 그 음모를 추적해 가는 숨 막히는 미스터리, 공포스럽고 압박감 넘치는 권력 구도, 그리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너무나 정통적인 스타일인데, 근미래와 AI 그리고 강한 종교적 색채가 가미되어 완전 새롭게 느껴집니다.
광수대 형사 성은, 주원이 주고받는 티키타카는 톡 쏘는 마라 양념처럼 맛있고, 재미있어 공포감과 긴장감 속에서도 피식 하게 됩니다.
한도까지 밀어붙인 듯한 집착에 가까운 리얼리즘이 있고, 편집증적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완벽한 개연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부분 두 번 읽었습니다. 그때 사건과 인물의 모든 행동에 이유가 있고 그 이유들이 빈틈없이 맞물릴 때마다 정말 소름이 돋았습니다.
복잡하고 난해한 스토리지만 정교하게 짜여진 서사가 주는 극락의 쾌감이 있어요. 작가님이 오랜 시간 연구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게 페이지마다 느껴집니다.
물론 웹소설이라는 편의점에서는 라면이 가장 잘 팔립니다. 언제나 라면이 정답이지요. 빠르고 편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라면만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아닐 겁니다.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고, 읽고 나면 왜 이런 소설이 흔하지 않은지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진득이 생각이라는 걸 즐기며 미스터리와 서스펜스에 몰입하고 싶다면 이 소설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