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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딸은 정말로 투자만 하고 기획자가 다 해 처먹는 소설
염병의약산·2026.06.0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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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미 스포를 질렀지만, 이 글은 기획자의, 기획자에 의한, 기획자를 위한 소설이다.

물론 제목에 막내딸 세 글자가 박힌 이상, 투자자이자 이 소설의 시.발.점("Shibal !" Point) & (始發點)가 된 막내딸은 훗날 주인공의 와이프로 코가 꿰이겠지만 하여간 일단 지금은 아니다.


참고로 난 기획자였고, 한때 게임 기획도 했다가 Jhot같아서 때려쳤다.

물론 불과 지난 주말에도 과거 몸담았던 회사(SI스멜이 짙은 게임사업부)의 대표님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을만큼 평타 이상은 쳤다고 자부하지만... 어쩜 또 모르지. 평타를 쳤던 건지, 내가 그분 비위를 유독 잘 맞춰줬기 때문에 좋게 봐준 건지 알 수 없다.


잡썰이 길었다. 이 소설의 내용을 어떻게 스포 없이, 맛깔나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심한 끝에, 주인공이 주로 처하는 사건이 어떤 형태인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 가상의 비유를 들어 설명하겠다.


1. "너, 나한테 찍히고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냐?"

흔한 빌런이 저 지랄을 떨었다. 이 새끼가 바로 이 소설의 근본 of 근본 시.발.점(물론 이 시.발.점은 "Shibal !" Point 되시겠다.)이었는데, 하여간 주인공은 그간의 쌓였던 울분이 폭발해서 상사의 개지랄에 정면으로 반박하고(팩트폭력도 겸하고) 화끈하게 퇴사를 준비한다.

이 와중에 어떻게든 권고사직 안 주려고 발악하는 게, 더티한 물밑작업과 지 병신짓에 대한 누명짓을 나한테 덮어씌우고 억지로 쪼까냈던 전직장의 실장새끼를 떠올리게 해서 첫화부터 PTSD가 왔었다만... 그래도 열심히 읽었다.(그 인간이 근무중 몰컴으로 문피아 소설을 쓰던 거 알고 있기에 이 자리를 빌어 말하건대, 니 입냄새 X같았어, 아저씨야. 양치 좀 하고 살아.)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계속 읽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2. "그런데 바로 그때. 지나가던 닌자, 아니, 대기업 회장 따님이 나타났다"

원화가로 일했던 그녀가 알고보니 회장 따님. 네. 진부하죠? 진부한 게 클리셰다. 솔직히 님들도 엔간한 RPG게임 할 때마다 지나가는 금발머리 농민이 사실 변장한 왕자이자 미래의 왕이 될지 모른다는 킹리적 갓심을 품고 게임하듯이.

그녀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다. 무대 밖에서 전능한 밧줄을 드리우는 조율자지만, 극중에선 명확하게 자신의 한계(사업적 관록이 없어서 기업을 이끌지 못함)를 인정하고, 겸손한 인재로 섞여있다가 주인공을 보고 "우리 아빠한테 투자 받으러 가자" 동앗줄을 드리우는 주인공의 구원자.


3. 이후의 패턴은 아래와 같다.

3-1. 게임회사에서 겪을 법한 jhot같은 상황? 주인공은 더 이상 겪을 일이 없다. 물론 아예 안 겪는다는 건 아니고, 남들이 Lv.1 흙수저 연습검을 들고 시작할 미션을 Lv.1(+강화 9999) 연습검을 들고 시작한다는 거지. 겉보기엔 똑같은 연습검이라서 만만한 진따 스멜을 풍기다보니 빌런 새끼들이 꼬이는 건 당연지사.


3-2. 근데 "기획이 또 바뀌었습니다"와 같은, 개발실&라이브운영실&콘텐츠기획실&플랫폼팀&QA담당자 모두를 개빡돌게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단 게 중요하다.


3-3. 까놓고 말해서 기획자는 결코 결코 메인에 설 수 없는, 중간에 끼인 존재들이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 기획자들도 "우린 그냥 IT 잡부죠" 자조적으로 옥상에서 노가리를 까며 중얼거리곤 했다. 상위 레벨에선 실장 및 임원진들 앞에서 "아이고 그렇습죠"하다가, 실무단 분들의 아우성에 격공하는 척하며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조율을 위해 소진하는 시간이 전체 업무의 6할은 되는 거 같다(참고로 '나의 지리는 선견지명으로 당장 눈앞의 니 기획안부터 박살내주마'가 인생의 모토였던 상관을 두면 전체 중 9할이 된다)

이런 작업을 반복하다보면, 처음의 포부는 옅어지고, 결국 모든 팀들이 "이걸 왜 만드는 거지?" 의구심을 품으며 관성적으로 움직일 지경에 이른다.


3-4. 근데 이 소설은 기획자가 메인이다. "이 기능, 꼭 필요합니다" / "이 컨셉이 무엇이 됩니다." 확실하게 설명을 하고, 누군가가 의구심을 품으면서 "가설을 증명해. 근데 수치를 보여!(수치가 아직 없는데?)" 하려고 들 때. 그냥 "닥치고 나를 따르라!"를 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왜냐? 데우스 엑스 마키나 그녀(feat.회장님)이 있어서.


4. 그래서 이 소설은 기획자만을 위한 것인가?

아니다. "간단한 수정입니다" / "딱 1시간만 회의하고 오죠" 라는 구라뻥을 믿지 못하는 무수한 IT종사자들도 공감하면서, 때론 대리만족을 할 수 있는 글이다.

과한 사이다는 아니고, 솔직히 가끔은 '작위적인데?' 의구심을 품게 만들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조때따' 싶은 순간의 기억을 불러옴으로서 내면의 트라우마에 맞서게 했다가, 이후로 바로 그 트라우마를 대신 격파해주는 주인공 덕분에 소소한 카타라시스를 느낄 수 있단 거지.


5. 요약 & 결론

서버개발자가 "그럼 우리 못해 새끼야!" 사자후를 저지르고, 사업팀이 "해야 한다고, 새끼야!"하고 있을 때, 뒤에서 노트북 두들기던 주인공이 "되는데요?"를 시전함. 다들 "어어? 어?" 뒤로 몰려들어 병풍 코딩 발사하는 소설.


"그때 말했잖아요." / "메일 드렸는데요?" / "여기 그때 회의록 있습니다" 밥먹듯이 말해대는 기획자가 원망대상을 뚜렷하게 직시하게 만드는 심리치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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