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무협을 좋아합니다.
정파와 사파, 마교로 갈려 치고받는 진영 싸움도.
무림맹 안에서 벌어지는 의심스러운 사건들과 맹주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정치적 싸움도.
오대세가 내에서 벌어지는 직계와 방계의 갈등, 직계로서 받아들이는 무한한 관심과 방계로서 보여줄 수 있는 언더독적 활약도.
구파일방 같은 문파의 ~자배로 시작하는 위계서열과 무공의 연원을 파헤쳐 개파조사를 향해가며 보여주는 철학적 이야기도.
상단과 황실, 새외무림이 더해져 더 다채롭게 꾸며진 배경도 말입니다.
지금껏 수많은 작가와 독자가 약속하고, 같이 꿈꿔온 세계관 안에서 합을 주고받고 더 확장해 나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장르소설판의 결정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아직까지 무협을 써주시는 작가님들에겐 늘 감사와, 또 그만한 걱정을 담아 작품을 보곤 합니다.
다른 장르에 비해 추천글을 쓸 때도 좀 망설여집니다. 서로의 묵시적 약속을 통해 만들어진 배경이기에 잠깐의 비틀림, 용어의 잘못된 사용이 너무나 큰 아쉬움으로 느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칫 그로 인한 반발이 작가님께도 해가 되기 십상이구요.
하지만 오늘은, 그런 걸 떠나 추천하고 싶은 글을 발견하게 되어 이렇게 추천글을 쓰게 됩니다.
왜냐하면... 제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무림의 구원서사를 메인으로 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웬만하면 참으려고 했는데, 당가 이야기는 너무 좋았습니다...
주인공 연운은 시골 골짜기에서 백초당이라는 약방을 꾸려 운영하는 의원으로, 심상치 않은 의료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의료 기술을 바탕으로 우연히 찾아온 기인이사들의 병증을 고쳐주고 점점 무림의 관심을 끌고 유명해져 가는 게 이 작품의 핵심이라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매우 의문에 싸인 인물로, 그냥 의원인지, 아니면 정말 무림에 과거가 있던 인물인지 아리송한 표현을 씁니다.
그로 인해 기인이사들은 주인공의 과거를 추측하며 전대의 고인급 인물이라 착각하기도 하고, 심상치 않은 과거를 가졌다고 추적하기도 하는데 그 오해나 착각이 진짜인가 아닌가 독자 입장에서도 아리송하고 재밌습니다.
이런 환자를 치료하는 의학물은 주인공의 매력 역시 중요하지만 환자의 매력 역시 에피소드마다 아주 중요한 요소라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특히 이 부분이 좋았습니다.
도사는 적당히 꼰대 같고, 거지는 늙수그레한 세상사에 때 탄 모습을 보이며, 당가는 무뚝뚝 주변과 거리를 두며 상처 입은 상태고 은과 원을 잘 따집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저는 여기서 추천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상처받은 당가의 독녀가... 너무 마음에 들었던 겁니다.
자칫 쥐흔으로 느껴질까 조심스럽긴 한데, 저는 이 작품을 당가를 두고 평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타고난 천재적인 재능으로 인해 독을 너무 깊이 받아들이고, 그 결과 손끝부터 썩어 들어가기 시작한 당가의 독녀. 계속 수련하면 나아질 거라 믿고 무공을 익히지만 차도 없이 독기만 강해지고 주변 시종들은 그녀가 두려워 거리를 두기 일쑤.
사용한 물건에 닿는 것조차 두려워하기에 장갑을 끼고 체념해 버린 그 기특한 마음.
그리고 그런 그녀를 멀리서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지도 못하는 가부장적 당가주.
실낱같은 희망과 체념을 품고 주인공을 찾아온 독녀와, 별것 아니라는 듯 그런 독기를 약 몇 첩과 마사지로 치유해 버리는 주인공의 모습. 이후 은혜를 갚기 위해 주변을 서성거리는 독녀의 모습이란...
아
나는
미식을 맛보고 있다.
아무튼 그렇습니다.
제가 표현을 너무 오버해서 그 맛이 여러분께 전해졌을지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주인공의 안방, 백초당 안에서 보여주는 주인공의 무덤덤한 모습과 농담(?), 그리고 마찬가지로 때 탄 듯하면서도 은원을 잊지 않는 무림인들의 모습이 놀라울 정도로 취향이라 이렇게 추천글을 쓰게 됐습니다.
꼭 유료화하고 완결까지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같이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