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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간신이 되려 했을 뿐인데, 나라를 구하고 있습니다.
BLACKLANE·2026.09.0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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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뻔하디 뻔한 현대판타지 장르가 아니라는 점에 가산점을 드립니다


대체역사 장르에서 '사리사욕 채우려다 만고의 충신 되는 착각계'는 언제 봐도 맛있는 치트키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클리셰를 조선 중기라는 가장 빡빡한 무대 위에서 아주 영리하고 찰지게 굴려냅니다.

주인공 김덕수의 인생 목표는 거창한 구국이 아닙니다. 선조의 왕자 시절 스승이었다는 든든한 뒷배를 발판 삼아, 호조에서 적당히 삥땅 치고 뇌물이나 알음알음 챙기며 떵떵거리는 '합법적 권간'이 되는 것이죠.

문제는 이 주인공이 전생의 상담심리학 짬바와 현대적 경제 감각을 쥐고 있다는 점입니다.

돈 좀 챙겨보겠다고 방납의 폐단을 뜯어고쳐 대공수미법(대동법)의 초안을 짜놨더니, 꼬장꼬장함의 극치인 율곡 이이가 감화되어 야근까지 불사하며 불꽃 서포트를 시작합니다. 기득권 양반들의 반발을 꺾겠다고 향촌 선비들의 박탈감을 영악하게 자극해 유향소를 뒤흔들어 놓으니, 영의정 이준경과 선조의 눈에는 '당쟁의 거센 파도 속에서 홀로 백성을 위하는 독보적인 충신'으로 박혀버립니다.


"김덕수의 충심과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탐욕이 걱정된다"는 영의정의 걱정에, 사람 의심하기 바쁜 선조가 되려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와 조선에 이로운 자인데 재물 좀 탐하는 게 대수냐"라며 알아서 쉴드를 쳐주는 장면은 절로 무릎을 치게 만듭니다.

여기에 압권은 미래의 임진왜란 대비 파트입니다. 후일 왜란이 터지면 기껏 꿍쳐둔 내 금고와 잣 600근이 털릴까 봐, '내 돈통 사수'를 위해 수군을 키우고 이순신을 찾아가 억지로 충의위에 꽂아 넣습니다. 정작 청렴결백의 화신인 청년 이순신은 눈앞의 속물 관리가 나라를 위해 사재와 연줄을 털어 자신을 밀어준다고 단단히 오해하며 눈빛을 빛내죠.

주인공은 철저하게 '어떻게 해야 내 몫을 챙기면서 목숨을 부지할까' 잔머리를 굴리는데, 그 꼼수가 조선의 만성적인 재정난을 박살 내고 나라의 기둥들을 적재적소에 꽂아 넣는 나비효과로 이어집니다. 티키타카가 경쾌해 진도가 술술 빠지면서도, 당시 조선의 조운선 한계나 공납의 구조적 모순 같은 고증적 디테일을 능청스럽게 녹여내 읽는 맛이 상당합니다.

유쾌하게 뇌 빼고 웃을 수 있는 착각계의 맛과, 판을 쥐고 흔드는 흑막형 대역물의 재미를 동시에 잡은 수작입니다. 시원시원한 사이다와 빌드업 탄탄한 조선 정쟁물을 찾으신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대체역사, 판타지
탐관오리가 충신으로 착각당함
연재약장수
총 95화 조회 152.8만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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