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심심해서 네이트 검색창에 <무협>이라 치고 검색을 해봤다.
고무림 싸이트가 나오는 것이다
"응? 무협소설이네.. 한 번 볼까?"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글 하나를 잡았는데
하필 월인이라는 작가분의 <사마쌍협>
서장은 그저 그랬다.
어느 소설가가 말했듯, 거의 대다수의 일반 독자가 그렇듯
나 역시 한 두장까지는 더 들여다 볼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반대로 한 두장 이후는 그냥 집어던질 고약한 심뽀도 지니고 있었다는 말일까?
그렇게 한 장을 넘어가니 시작인 1장..
일기장 독백이다.
주인공은 하인인 모양인데 家主가 멍텅구리 같다는 일기
그 이유가 네가지 있는데
첫째는 가주의 무공이 이상하다는 것..
"하인놈이 대단하구먼"
가주의 무공을 훤히 들여다 보고 왈가왈부하고 있는 하인놈은
보통이 아닌 것 같다. 그러면서 어딘가 비정상적인 면을 지니고 있는 가주의 무공이
궁금해진다.
"명색이 고수인데 이상하다면 나름대로 하수가 모르는 경지가 있겠지.."
두번째는 가주와 첫번째 마누라에 관한 불화를 암시하며
소설을 이끌어갈 주인공들이 소개 되는데 어쩄든 미인을 싫어한 가주는 뭔가 이상하다.
그것은 작가의 의도로 독자는 작가의 의도에 호응해 준다.
"미인 싫어하는 놈이 어딨어.먼가 이유가 있겟지"
한층 그 집안의 사정이 궁금해 지는 것이다.
남아 있는 다음의 네가지 이유가 궁금해지고, 그 이상한 집안의 사정을
알아야겠다고 독자들은 성질이 급해지는데
한장을 팔랑 넘기니....
190 페이지.
2페이지가 나와야 하는데 온데간데 없이 날라가고 나오는 것은 190페이지인 것이다.
책을 사봐야 되는 것이다.
그런데 왠지 번거롭고 부자도 아닌 것 같다.
"사보기 전에 몇 장을 더 보고 생각하자"
무엇을 더 보고 싶은 것일까?
그것은 작가를 보고 싶은 것일게다.
역시나 1페이지와 190페이지는 앞 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1페이지에서 190페이지를 들여다 볼 수 없다라는 것이고
뻔한 전개는 아니었으니 독자들에게 희소식인 셈이다.
헌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작가의 스토리를 끌어가는 능력이
보통이 아니다.
긴장감이 있고, 그렇고 그런 수준이 아닌 과연 많이 배운 현대인이구나라는
것을 느낀다. 인과관계들과 상황들은 김용 수준에서 몇 단계 진화했다.
"그렇지..그 정도는 돼야지..멋진 작가다."
해서 김용이 나오니 이제 작가의 필력이 궁금해 진다.
먼저 보이는 것은 작가의 스타일.
그 스타일은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감상문 스타일과 비슷하다.
상황이나 설명등이 나오고 주의를 환기하기 쉬운 대사가 등장하는 식.
단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충분하다. 전달 잘하고 감동적인 것이 본질적 목적이니까..
나머지는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며 기교로, 특히 무협이 통속소설이라는
점을 비춰볼 때 충분하고도 남는다.
그 충분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기본기가 탄탄한 문장에서도 보인다.
사랑할 때는 감미로운 필체로
전투할 때는 긴장된 필체로...
우리 나라 무협작가들의 발전을 충분히 호언할 수 있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이 소설은 아직도 쓰는 중이지만 김용을 넘어섰음을 확신한다.
딱 한가지..
상징과 비유로 텍스트의 이면을 흐르는 기교를 아직 이 소설에서
확인을 못했지만 작가의 내공을 가늠해 보니 그 부분까지 아우를수 있는
경지에 이른게 분명해 보이니 한국 무협 독자들에게 얼마나 기쁜 소식이겠는가?
비판을 할려고 마음을 먹으면 못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순수 문학의 절정에 이른 고수들처럼 깊지 않다.
그러나 통속소설인데 이 정도면 충분하다.
더 욕심내면 독자들이 떨어져 나갈라..
이 작가의 문체는 전체적으로 대단히 사뿐한 톤을 지니고 있다.
만나면 싸우기만 하는 무협의 정서들은 일반 여류 독자들에게 불만인 점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묘하게도 툭하면 싸우는 무협이 분명하면서도
맑은 흐름에 가깝다는 점은 이 작가의 천재성으로
아내랑 같이 써서 그런 것 아닐까라는 엉뚱한 상상까지 하게
만들 정도다.
한국 무협 독자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은 자랑스러운 작가다.
기대가 크다.
이 작가에게 놀라
고무림의 다른 몇 작가들의 글을 앞부분 몇 장씩 들여다 보았다.
초우 <권왕무적>님의 첫 글이 대단히 좋다.
고집스러운 두 사람의 대화로 시작된 전개가 독자를 휘어 잡는다.
그러나 권이라는 점과 뒷골목 깡패를 연상케 하는 부분들은
앞으로 어떻게 진부함을 극복하며 끌어 갈 것인가라는 점이 숙제가 될 듯 하다.
송진용 <풍운제일보> 어떻게 된 것인지 7-1부터 시작하고 있다.
여기가 첫 장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의 첫 줄 부터 만나게 되는 작가의 필력은
순수 문학가에 뒤지지 않는 고수의 필력이다.
죄송하지만 이 대단한 몇 줄을 인용하고 싶다.
바람이 불었다.
가을을 바라보는 산골짜기의 쓸쓸한 냄새가 깃털처럼 일어서는데, 가까운 곳에서 부엉이가 울었다. 그러자 화답하듯 쓰르라미들이 참나무 숲을 온통 흔들며 자글자글 울어댔고, 먼 하늘가로 유성 하나가 빠르게 흘러갔다.
채문산은 그 바람과 흔들리는 풀잎들과 여울물같은 쓰르라미 울음소리에 잠긴 채 조금식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떠밀려가고 있었다. 벗겨지는 구름장 사이로 흰 달이 살짝 드러났다. 그것이 가까운 능선 너머로 우뚝 솟아 올라있는 하얀 바위 봉우리를 반짝거리게 했다.
진각사의 무너져가는 산문 위에도 달빛이 내려 앉았다. 반 쯤 썩고 떨어진 문짝이 삐걱거리며 흔들렸고 조금씩 정적이 찾아왔다
자지러지듯 울어대던 쓰르라미들도 조용해져 갈 때 쯤 바람이 다시 불었다. 풀잎들을 쓰러뜨리고 나뭇가지들을 흔들어대며 사납게 달려오는 바람이었다. 그것이 군데군데 무너져있는 폐찰의 돌 담 위로 올라섰다.
흽쓸려온 나뭇잎 몇 장이 흩어지고 나자 짙은 남빛 소맷자락을 펄럭이며 우뚝 서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갑자기 멈춘 마른 바람 속에서 불쑥 튀어 나온 정령인 것 같은 사람.십월령이었다.
이것은 대체 무엇인가?
시를 방불케 하는 깊이와 무게를 지닌 묘사이다.
그 전이야 그 다음이야 무엇이 어찌 되었든 대단하다.
그래서 고무림에 가입하고 말았다.
한국 무협이 드디어 일류들이 출현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건필들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