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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협소설과 영웅적 일대기 소설에 대한 짧은 생각
탈퇴한 회원·2003.08.0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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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고룡님의 소설 <철갑마차>에 대한 감상글을 올리려고 며칠 고민을 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나의 필력이 부족함을 절실히 느껴야 했고,

   또 내가 그동안 얼마나 천편일률적인 소설적 구성과 장치에 쇄뇌당해 왔었나 반성해야 했다.

   철갑마차는 간단한 감상글로 남기기에는 뭔가 미진한 구석이 있고,

   분석을 하기에는 참 방대한 분량을 요구된다.

   그저 통쾌하다, 재미있다....정도로 그치기에는 너무 가볍고,

   음모와 복선, 그리고 장쾌한 스토리를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무겁다.

   참 묘한 소설이고, 그만큼 흥미를 끌어당기는 소설이다.

   일단은 스토리가 더 전개되는 양상을 보고 철갑마차에 대한 감상글은 다시 올릴까 한다.

   각설하고,

   내가 이 글을 올리는 것은 철갑마차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님을 일단 밝혀둔다.

   얼마나 그동안 고지식한 인물이었나 반성하는 의미에서 올린다.

   무협소설의 구성과 전개가 중국무협소설과 우리 나라 고전소설에 나타났던 영웅일대기적 스토리의 결합이 아니냐 하는 점을 두고 이미 많은 논란을 겪어온 바니까 여기서 다시 그런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는 않다.

   물론 한국무협소설에 영웅일대기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또 그런 것이 한국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참고로, 야후에서 검색한 내용을 올려놓는다.

  고대 신화에서 신소설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나타나는, 일정한 유형 구조를 지닌 영웅적인 주인공의 일대기를 말한다.

유형 구조는

① 고귀한 혈통을 지니고 태어났다.

② 잉태나 출생이 비정상적이었다.

③ 어려서부터 비범했다.

④ 일찍 기아가 되거나 죽을 고비에 이르렀다.

⑤ 구출·양육자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⑥ 자라서 다시 위기에 부딪쳤다.

⑦ 위기를 투쟁적으로 극복하고 승리자가 되었다.'의 7단락으로 이루어졌다.

  이 7단락은 행복과 고난의 변증법적 관계를 나타내고 고난을 극복함으로써 좀더 차원 높은 행복을 얻을 수 있음을 주장한다.

  이와 유사한 유형은 중국이나 서구에도 있으나, 한국의 것은 투쟁적이며 현세적인 특징을 가진다.

  이 유형은 건국 신화·국조 전설(國祖傳說)·서사 무가(「바리 공주」)·고대 소설(「홍길동전」.「금방울전」.「숙향전」.「유충렬전」.「구운몽」등)에 걸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고대 소설 중에 영웅적인 일대기 소설이 흔한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고대 소설에서는 고대의 진취적이고 투쟁적인 영웅 대신에 운명론적이고 나약한 영웅으로 영웅의 모습이 바뀌고, 이런 경향은 신소설로 연장된다.

  원래 제의(祭儀)에서의 시련 또는 역사 창조의 진통에서 성립되었으리라 추정되는 이 유형이 후대에 이르러 운명론적 사고를 표현하면서 사건 소설적 흥미를 제공하는 구실을 하게 된다.

   ----------- 조동일,「한국 소설의 이론」

   이런 이야기 구조를 똑같이 놓고, 설정만 반대로 해 보았다.

1. 비참한 신분으로 태어났다. 심지어 부모조차 모른다.

2. 어떻게 잉태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통해 태어났는지 알 수 없다.

3. 특별히 뛰어난 구석도 없고 그저 그런 사람이다. 심지어 바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멍청하기도 한다.

4. 일찍 누군가의 도움을 받거나, 우연치 않게 만난 귀인의 영향으로 행운을 얻는다

5. 예기치 않은 사건에 연루되면서 죽음의 위기에 직면하기도 한다.

6. 다시 도움이나 기연을 얻어 새롭게 성장하여 위기상황을 극복한다

7. 모든 은원을 해결하지만 비참한 종말을 맞는다. 심지어 주인공이 죽기도 한다.

   영웅일대기적 소설의 특징 중에 하나는 주인공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첫부분 몇 장을 읽으면 주인공이 누구인지 금방 알게 된다.

   그 다음부터는 주인공을 따라다니며 각종 사건과 갈등을 같이 겪는다. (고대소설에서는 그런 사건들이 우연으로 이어진다)

   나는 이런 것을 놓고 한국무협소설을 돌아보았다.

   자, 뭐가 얼마나 달라졌을까?

   나는 의외로 많은 무협소설 속에서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발견하곤 한다.

   시대는 발전했지만, 스토리의 구성과 내용에는 변함이 없었던 것일까?

   조동일씨가 언급한 내용중에 '행복과 고난의 변증법적 관계'와 '좀더 차원 높은 행복을 얻을 수 있음'이라는 말과

   중국이나 서구보다 한국이 투쟁적이며 현세적인 특징을 가진다는 말이 있다.

   한국무협소설은 무엇보다도 빠른 스토리의 전개와 격렬한 전투씬이 압권이다.

   또한 주인공이나, 꼭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은 힘과 권력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야망형이다. 투쟁적이며 현세적이라는 말이 맞는 것도 같다.

   그동안 한국무협은 외형적인 사건 구성이나 내용의 충실도에 있어서 상당한 발전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많은 변화를 모색했고, 또 그만큼 각광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신무협시대라고 한다.

   지금의 무협을 과거와 비교하지 말라고도 한다.

   그러나 아직도 나는 왜 신무협소설을 읽으면서 과거 고대소설 속의 영웅적인 일대기 소설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을까 싶다.

   가끔 친구들과 토론을 하는 가운데,

   싸움하는 소설을 쓰려면 차라리 깡패 소설을 써라.

   남녀의 육체적 애정관계로 시선을 끌려면 차라리 포르노 소설을 써라....하는 말들을 종종 듣기도 하고 또 내가 하기도 한다.

   또, 아무리 신무협소설이라고는 하지만 과거의 무협소설을 읽으면서 성장한 세대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영향을 받게 된다고 본다.

   나름대로 변화를 모색하지만 기본적인 틀은 우리가 비난하는 일세대 작가들에게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기껏해야 반대적 성향으로 쓰는 정도,,,,,

   앞에서 언급한 영웅적 일대기 구조를 역으로 펼쳐놓은 것처럼...

   어려서 무공을 배우는 과정이 길어지면 신무협일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으나

   결론은 아니올시다였다.

   어쩌면 고대소설에서 어려서 탄생한 부분에서 성장 과정까지 짧게 처리하며,

   차라리 본격적인 사건 구도에 들어서면서부터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얼마나 무공의 수련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현실적일까?

   소설은 허구이고,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무공은 대부분 작가의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그 그려진 무공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써야 현실감이 있단 말인가...

   정말 현실감이 느껴지기는 할까?

   첫부분에서 주인공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스토리 라인이 복잡하면 독자들이 싫어한다는 일세대 작가들의 고정관념이 아직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무협소설 속에서는 처음에 주인공에 대한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왜 주인공은 사건의 전개 과정 속에서 등장하지 못하는 것일까?

   정말 그런 소설들은 독자들이 싫어할까?

   독자들은 우매하지도, 멍청하지도 않다.

   뻔한 스토리와 말같지도 않은 대화의 점철에 질린지도 오래다.

   말도 안 되는 싸움의 연속과, 아무런 인과성이 없는 육체적 애정관계는 이미 오래전에 질려 있다.

   아직도 무협소설을 대할 때

   단순한 킬링타임용, 혹은 간단하게 읽고 버릴 수 있는 대리만족형 먼치킨, 몇몇 장은 그냥 건너뛰어도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소설 등등을 찾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무협소설의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고,

   심지어 '무협소설이 다 그렇고 그런 거 아냐?'하는 비아냥거림 속에 읽는 부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내가 그랬고, 나도 별볼일 없고 쓸모없는 독자중에 하나였다.

  

   이야기가 엉뚱한 곳으로 흘렀지만,

   분명히 21세기에 살고 있고,

   신무협소설 시대를 열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나는 과거 고대소설 속에서나 봄직한 영웅적 일대기 소설 구조에 젖어 있고,

   또 그런 소설들이 자꾸 접해지는 것에 환멸을 느낀다.

   끝으로,

   요즘 나는 <사라전종횡기>를 반복해서 보고 있다. <도둑전설>에서 느꼈던 매력이 <사라전종횡기>로 이어지고 있다.

   소열....하지만 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또, 같은 맥락에서 <철갑마차>를 보고 있다.

   강산....하지만 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 소설들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내가 가지고 있는 영웅적 일대기 소설의 구조를 머리에서 지울 수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앞으로도 이런 소설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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