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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조철산의 '파산검'을 읽고
만리독행·2003.09.28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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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부님은 대학교수이면서 무협광이시다.

이번 추석에 만나뵈었을 때

'무협소설을 써 보려고 구상중입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열심히 해 보라고 격려해 주시면서

조철산과 좌백과 용대운을 특별히 손꼽으셨다.

특히 좌백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 더 기대한다고 하셨다.

좌백과 용대운의 작품은 이미 몇 개를 읽어 보았고,

조철산의 '파산검'을 찾아 보았더니,

국립중앙도서관에 보관된 것이 있더라.

참고 삼아 말씀드리자면,

국립중앙도서관 2층의 문학실에는 한국무협소설 대부분이 보관되어 있고,

중국무협은 몇 개 밖에 없다.

'파산검'은 몇 개의 중요한 사건들이 연결되어 전체적인 줄거리가 이어진다.

첫째가 파산검 이야기를 읽고 괜한 궁금증이 생겨 조사동부를 막은 상음괴,

둘째가 3갑자의 내공을 얻도록 개정대법과 영약을 제공하는 무맹,

셋째가 마맹과의 대결,

넷째가 흑철석을 얻게 되는 해외원정,

다섯째가 흑철석으로 파산검을 만드는 사천당문,

여섯째는 의형검과의 대결......

조철산은 이 여섯 가지 사건들을 잘 버무려서 무리 없이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흠을 잡으려고 작심하면 어떤 무협소설이든 한도 끝도 없을 테니

모든 부분을 비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딱 한 가지만 비평하자면,

이야기의 기이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나는 중국무협작가 김용을 대단하다고 평가하는데,

그 이유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그의 소설들에 나오는 '기이한 이야기'다.

미처 상상해 보지 못한 기이한 이야기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천변만화 천의무봉한 글솜씨로 이를 엮어내니

나는 그를 신필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또, 그의 절필이

바로 '기이한 이야기'를 더 상상해 낼 수 없음에 기인한다고 추측한다.

한편 용대운의 '독보건곤'은 내가 보기에는 한국무협소설 중에서 최고의 작품인 것 같은데,

이야기의 기이함은 거의 없었지만,

대결장면의 기이함은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독보건곤 이전에는 이런 식의 대결이 전무했던 것 같다.(확인한 것은 아님)

또 좌백의 경우 '대도오'를 인상 깊게 읽었는데,

마치 용병집단 같은 철기문 등의 설정이 다소 엉성하기는 하지만,

1권은 '기이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충분히 높게 평가될 만 하더라.

김용의 '소오강호'에서 '천룡팔부'에서 타인의 내공을 흡수하는 무공이 나타난 이후로

한국무협소설에서도 이를 차용하여 타인의 내공을 흡취하는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한 번 봐 버린 '기이한 이야기'는 더 이상 기이함을 느낄 수 없는 법이다.

다만, 작가의 글솜씨가 있다면

이미 잘 알려진 기이함이라도 재탕 삼탕해서 기이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추상적인 말 같아서

쉬운 예를 들자면,

어느 무협소설이나 소림사를 재탕 삼탕하고 있지만,

무협소설작가의 설정과 필력에 따라서

몇 마디 말로 된 문장들이 추가됨으로써

소림사의 위상이 새삼스럽게 기이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법이다.

(김용의 무협소설에는 바로 이런 문장들이 많이 있다.

여러분은 무협소설을 읽고 감동을 느낀 문장이 있으신지 모르겠는데,

나는 바로 이런 문장 몇 구절에서 찌르르 하는 감동이 느껴진다.)

무협소설을 써 보려고 하는 예비작가로서

나는 '기이한 이야기'라는 관점에서 새로운 무협설정을 창조해 내야 한다.

조철산의 '파산검'은 이 점에서 부족한 소설이지 않나 싶다.

추가/ 세 분의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 ^

특히 타반테무르 님의 충고(인용)에 뭔가 중요한 점이 있다고 느낍니다.

짜깁기가 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기존의 설정과 무공 등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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