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오는 '패도'라는 작품을 읽고나서부터 주목해 온 작가였다.
패도는 필름느와르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흡입력으로 내 눈을 사로잡았고 그의 후속작들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용혈무궁과 색협으로 이어지는 그의 소설들은 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던 차 아수라에서 다시 그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제 천봉에서 나는 아주 만족해 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만족은 엽무강이라는 철혈의 남자와 그가 천하를 상대로 벌이는 흥미진진한 싸움때문이다.
강렬한 카리스마, 엽무강
무협의 주인공은 평범해서는 안된다. 평범한 사람이 무협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대독자사기극이다.
수 많은 무협이 평범하지 않는 주인공을 내세웠고 지금도 강호출도중이지만 그들중 대부분은 천하기재에 더해서 짜증나는 멍청이거나 벽창호였다.
그러나 엽무강이라는 캐릭터는 다르다. 독자들의 대리만족이라는 측면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는 상황을 설명하지 않는다. 단지 보여줄 뿐이다. 주저하거나 멈칫거리지 않는다. 요즘 무협에서 엄살부리지 않는, 즉 구질구질하지 않는 주인공이란 얼마나 드문가.
치밀한 구성과 빠른 전개
천봉은 멸문당한 가문의 후예가 벌이는 복수극이어도 좋고 천하제패기여도 좋다.
중요한 건 독자들에게 익숙한 스토리를 얼마나 재미있게 만드는가의 문제다.
천봉은 일단 재미있다. 그 재미를 작가는 가장 효과적인 문장으로 표현한다. 이건 아마도 작가가 의도한 소설의 문체나 글의 호흡과도 관계가 있는것 같은데 함축적이고 짤막한 대사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듯이 보인다.
예를 들어 사왕 한백과 엽무강의 일련의 대화가 그러하다.
또한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도 쓸데없는 수사나 군더더기의 상황설명, 또는 감정의 과잉묘사는 배제한 채 빠른 장면전환과 때에 따라 과감한 생략까지도 적절하게 사용한다. 이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 겨우 2권을 읽고 너무 앞서가는 감상이 될지 몰라도 그만큼 천봉은 매력적인 작품이다. 천봉이 작가 한수오의 대표작이면서 동시에 우리무협소설의 우뚝 선 봉우리(天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