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한권밖에 안나온 소설을 두고 요즘 같이 최소 칠권 잘 나가면 이부삼부까지
박경리의 토지보다도 더 길게 늘어 놓는 시대에 감상을 늘어놓는 것도 뭐 하지만,
역시 좌백은 독보의 작가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가 처음 나왔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역시 독보적인 존재이다. 앞으로 누가 좌백을 쫒아 갈수 있을까?
아마도 운곡 정도일 것이다.물론 운곡이 지금 최고로 잘나가는 작가는 아니지만 운곡의 가능성을 두고 한 말이다. 혈기린 외전을 읽어본 사람들은 말할것이다.
야, 이건 정말 실험 적이고 전위적이다. 그러나 독자를 푹 빠지게 만드는 현실감을
가져다 주는 소설이다 라고 다들 말했던것 같다. 물론 후번에서 초반의 현실감을
상실하고 표류 하긴 했지만, 그가 또 하나의 혈로를 뚫어 놓은것 같은 감이 있었다.
비적 유성탄은 매우 유유 자적한 소설 이다. 좌백이 정상에 올라섰기에 가능한 작품 이었다고 말할수 있다. 배경은 청대로 나온다 역시 잘된 소설은 풍부한 고증에서 시작 되는것 같다. 고증을 하려고 노력 했다는 말은 역시 글을 갈고 다듬을 시간적 여유를 두고 쓴글이라는 말이다. 사실 별다른 고증일거란건 없다. 이미 다른 작가와 좌백 본인이 써먹은 무슨 벼슬 이름이니 거리 이름이니 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실제로 글에 이걸 쓰먹으려면 참 힘들다는 걸 글을 써본 사람은 안다. 좌백이 대단 한것은 이 하나 하나를 가장 적절 하게 사용 했다는데 있다.있어야 할곳에 무슨 벼슬 을 하는 사람이 나오고 있어야 할곳에 무슨 거리나 객잔이 나온다 , 적재적소에 인물과 사물을 배치 했다는 말이다. 그의 여유는 혈기린 외전에서 보여주었던 성급함과는 다르다.
여러가지 흥미로운 묘사를 하는데 처음에는 왜 이런 묘사를 할까 도통 영문으 알수 없게 한다. 그러나 곧이어 고개를 끄덕이고 감탄하게 한다.
곡선의 예술이구나. 혈기린이 알다마라면 비적유성탄은 쓰리쿠션에 예술당구로 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수많은 인물들이 일권에 이렇게 제각각의 성격을 들고 나온느 소설도 별로 본적이 없다. 피아노 음반처럼 각 인물마다 다 다른 음색을 내는데, 이 인물들이 리듬과 화음을 이루어 내는것이다. 그런데 좌백이 언제적부터 시적 재능이 있었는지
혹시 진산의 훈수를 받은것 같은 느낌이 드는구절 하나가 있어서웃었다.
'황혼에 너의 말은 아름다워서 노래가 된다.' 이런 말은 절대로 좌백식 표현이 아닌데 돌연 끼어든걸 보면 좌백이 풍성해진것같다. 정말 풍성한 묘사와 허다한 등장 인물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와도 하나도 짜증 나지 않는 리드미컬한 소설이 비적 유성탄일권이다. 다만 좌백은 끝이 흐지부진한 면이 있다. 이번에도 끝이 흐지 부지
하다면,...에이 봐주자. 이시대에 또 좌백 만한 작가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