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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동력실
금석강·2026.04.0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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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동력실



* * *


처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글자, 영어의 알파벳이 나중에는 응옥에게 이 물건, 저 물건을 확인하는 중요한 표시가 되어주었다.


여전히 그게 뭔지도 몰랐고 그걸 어떻게 읽는지도 몰랐는데 응옥의 눈에 물건의 겉면마다 한가득 쓰여있는 알파벳이 응옥의 눈에 어느 순간부터 익숙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보는 순간 뭐가 들어있던 무슨 맛의 물건인지 알파벳을 보는 것만으로 바로 알아냈다. 아무리 상상해 보아도 그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물건마다 다른 모양의 글자가 응옥에게 구별 신호가 되어주었고, 그 안에 든 게 뭔지 응옥의 기억으로 자동 분류되었다.


이렇게 구별 표식 정도에 지나지 않았던 영어 알파벳을 응옥은 보급창고를 탐험하면서 매일 눈에 보고 익히게 되었다.


그것들이 영어라는 언어의 단어로서 응옥에게 의미가 되어 들어온 건 한참 후였다.



* * *


보급창고 안에 있는 물건들을 전부 확인해 보는 것만 몇 달이 걸린 거 같았다. 그러면서 이곳이 응옥에게 산속 동굴을 대신해 줄 새로운 그녀의 집이자, 야생 음식들을 대신해 줄 새로운 식탁 같은 곳이 되어주었다.


이런 개념이 응옥에게 생기면서 무서운 느낌과 계속되던 긴장은 자연히 사라졌다.


하루 시간의 대부분을 먹을 것을 찾으려고 산속을 헤집고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응옥은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그러면서 보급창고의 물건들 외에도 다양하게 응옥의 눈에 들어왔다.


물건에만 정신이 팔려서 거기 있는 줄도 몰랐던 것들이 보급창고 내부의 구석구석 많이도 있었다.


보급창고에서 가장 쉽게 보이고 넓은 면적을 차지한 것이 물건들을 쌓아두고 보관하는 메인 공간이었다. 그런데 그 안쪽으로 그리고 사이사이의 일부 공간이 벽으로 막혀있었다.


그런 곳들이 전부 이 보급창고에서 일했을 군인들의 생활을 위한 개인 공간이거나 근무하던 사무실이었다. 그리고 전기제어실과 발전기가 있는 동력실도 있었다.


응옥은 나중에 발견한 이런 공간으로 들어가 보려고 도구를 가져다가 문을 열어보았다. 원래는 열쇠가 있어야만 바로 열고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응옥은 손에 든 도구로 문고리를 거의 부수다시피 망가뜨린 다음에야 열쇠함을 보았다.


가까운 곳에 걸려있는 철제 박스 안에 보급창고의 모든 문을 다 열 수 있는 열쇠함이 있었지만, 이것들이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라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어쨌든 첫 번째 문을 열고 들어갔고, 그런 다음 나머지 모든 곳을 다 열어 확인했다.



미군들의 개인 사물함과 캐비닛, 책상 서랍, 침대 밑 등등 이곳에서 근무했을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정지시켜 놓은 듯한 상태로 온갖 물건들이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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