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루손 국방부장관은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사람으로서 필리핀 [루손 섬]의 역사적 기원이 되는 전통가문 출신의 훌륭한 군인이었다. 세쟉스 가문과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미국 육군사관학교를 나오고 미군에서 장교로 근무한 미키는 루손 장관과 스타일이나 성격이 서로 잘 맞았다.
루손 장관은 초급장교 시절 미국 육군사관학교에서 단기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군사훈련을 이수한 적이 있어, 미키와는 동창생 기분으로 미국 육사 경험을 함께 얘기하는 등 친구처럼 지내기도 했다.
루손 본인의 군대 경력도 출중했고 빠른 두뇌와 정치적 감각까지 두루 겸비한 덕에 초고속 승진을 했었고 젊은 나이에 국방부 장관까지 됐다. 루손 장관은 세쟉스 가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필리핀의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각종 선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는 [세쟉스 가문]의 지원은 절대적이었다.
특히 [세쟉스 그룹]의 돈은 선거에 당선되는데 보증수표와도 같은 거였다. 세쟉스가 제공하는 정치자금에는 세쟉스 상원의원으로 대표되는 [세쟉스 가문]의 정치적 응원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루손 장관 역시 장차 정계 진출 희망을 가지고 더 높은 자리를 향한 야망을 품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미키 세쟉스와의 좋은 관계 형성을 위해 대단히 노력했다.
이날 미키는 [컴퍼니]의 현황과 그가 원하는 것을 루손 장관에게 직접 얘기하지 않았는데, 만약 그랬다면 루손 장관은 관련 법을 고쳐서라도 미키의 얘기를 들어줬을 것이다.
그러나 미키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일단 루손 장관의 주변 설명만을 들었다.
필리핀 육군으로 집단적인 규모의 일반인들을 한꺼번에 입대시켜 일정 계급의 군인으로 전환하는 것은 법적으로 걸리는 사항들이 많았다.
그리고 미키가 이날 본론을 꺼내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아버지 세쟉스와 의논이 되지 않아서였다.
나중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면서 이날은 본격적인 논의 없이 루손 장관과 일단 헤어졌다.
루손 국방부장관과의 미팅 결과를 아버지 세쟉스에게 전하면서 미키는 자기 의견을 말했다.
세쟉스는 아들 미키의 얘기에 기본적으로는 동의를 했고, 관련 법을 고치거나 피할 수 있는 쪽으로 연구를 해보라고 답을 해주었다. 다만, 서두르지 말라고 했다.
세쟉스가 [컴퍼니] 직원들을 버린다는 인상이 들게 해서는 안 된다고 전제하면서,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컴퍼니] 해체와 직원들의 군인 전환을 진행하라고 당부했다.
미키는 아버지의 허락에 따라 천천히 이 문제에 대해 살펴나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