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우리를 잊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을 겁니다."
기원전 3,200년의 지층에서 ― 있을 수 없는 점토판이 출토됐다.
수메르 문명이 시작되기도 전 시대의 쐐기문자.
거기에 새겨진 것은, 고고학 박사 이윤하의 이름이었다.
일주일째 같은 꿈을 꾼다.
불타는 우룩. 하늘로 뻗은 지구라트.
그리고 ― 그녀의 손으로 닫았던 신과 인간 사이의 문.
새벽, 그녀는 단 한 사람에게 사진을 보낸다.
죽은 언어를 읽어내는 게 아니라 기억해내는 듯한 남자, 레온.
답장은 한 줄이었다.
"움직이지 마. 그 점토판 만지지 마."
너무 늦었다.
카이로의 어느 호텔 방에서, 레온이 거울을 향해 속삭이고 있다.
"돌아왔구나, 엔. 이번에는 ― 끊어낼 수 있을까."
다섯 번의 생을 반복한 봉인자.
여섯 번째 회차가, 지금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