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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도 그놈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앵뇽·2026.05.19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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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네 살.

나는 여전히 그 방에 있었다.

햇빛 한 줄기 들지 않는 반지하.

낮인지 밤인지 구분한 지 오래였다.

배달 음식 용기가 쌓여 있었고, 울리지 않는 전화기는 충전기에 꽂힌 채 방치돼 있었다.

마지막으로 사람과 대화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화는 나지 않았다.

그게 제일 무서운 거였다.

누구를 원망할 기운조차, 이미 오래전에 다 써버렸으니까.

이사도 못 가는 이 방에서, 나는 그냥 천천히 사라지는 중이었다.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장판 밑에 굴러다니던 낡은 상자 하나.

별생각 없이 열었다.

그 안에 중학교 명찰이 있었다.

「3학년 5반 김우진」

손끝이 떨렸다.

이름 옆에 누군가 볼펜으로 그어놓은 낙서.

'셔틀.'

그 두 글자를 보는 순간,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었다.

열여섯의 내가 그 안에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도망치고 싶었던 아이.

조용히 살고 싶었던 아이.

결국 아무것도 되지 못한 아이.

나는 명찰을 꽉 쥐었다.

울지도 않았다.

눈물도 이미 다 말라버렸으니까.

'한 번만.'

처음으로, 간절하게 빌었다.

'딱 한 번만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는,

절대 도망치지 않을 텐데.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오랜만에 느끼는 잠이었다.

그리고 눈을 떴다.

빳빳한 새 교복.

코끝을 스치는 3월의 봄바람.

눈부신 햇살.

심장이 미친 듯 뛰기 시작했다.

이건,

고등학교 입학식 날이었다.

현대판타지, 드라마
연장된 지옥
앵뇽
총 4화 조회 32 202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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