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네 살.
나는 여전히 그 방에 있었다.
햇빛 한 줄기 들지 않는 반지하.
낮인지 밤인지 구분한 지 오래였다.
배달 음식 용기가 쌓여 있었고, 울리지 않는 전화기는 충전기에 꽂힌 채 방치돼 있었다.
마지막으로 사람과 대화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화는 나지 않았다.
그게 제일 무서운 거였다.
누구를 원망할 기운조차, 이미 오래전에 다 써버렸으니까.
이사도 못 가는 이 방에서, 나는 그냥 천천히 사라지는 중이었다.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장판 밑에 굴러다니던 낡은 상자 하나.
별생각 없이 열었다.
그 안에 중학교 명찰이 있었다.
「3학년 5반 김우진」
손끝이 떨렸다.
이름 옆에 누군가 볼펜으로 그어놓은 낙서.
'셔틀.'
그 두 글자를 보는 순간,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었다.
열여섯의 내가 그 안에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도망치고 싶었던 아이.
조용히 살고 싶었던 아이.
결국 아무것도 되지 못한 아이.
나는 명찰을 꽉 쥐었다.
울지도 않았다.
눈물도 이미 다 말라버렸으니까.
'한 번만.'
처음으로, 간절하게 빌었다.
'딱 한 번만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는,
절대 도망치지 않을 텐데.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오랜만에 느끼는 잠이었다.
그리고 눈을 떴다.
빳빳한 새 교복.
코끝을 스치는 3월의 봄바람.
눈부신 햇살.
심장이 미친 듯 뛰기 시작했다.
이건,
고등학교 입학식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