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더 이상 인간의 범주라 부를 수 없는 규격 외의 존재.
충격파가 밀려오는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팔로 얼굴을 감쌌다.
콰아앙—!
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 뜨거운 열기가 몸을 집어삼켰다.
폭풍처럼 밀려온 충격이 바닥을 긁으며 지나가고, 폐 속까지 뜨거운 먼지가 밀려들었다.
하지만 이성은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다.
그곳에 있던 것이 강이준이었으니까.
저 정도 폭발로 죽을 녀석이라면 애초에 S급이 아니겠지.
".,....."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허공을 바라보며 굳어 있는 사람들.
손에는 무기를 든 채, 방금 전 자세 그대로 멈춰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위험한 건.
"...나 아니냐고."
..........
건물 안으로 뛰어들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얼굴을 후려쳤다.
내려앉은 천장을 따라 화염이 벽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무너진 철골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고, 녹아내린 콘크리트 냄새가 숨을 막았다.
"강이준."
대답은 없었다.
서민재는 눈을 가늘게 떴다.
짙은 연기를 뚫고 안쪽을 훑는다.
무너진 철골.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으스러진 콘크리트.
그리고.
바닥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검은 그림자가 천천히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꿈틀.
꿈틀.
짙어진 그림자가 사람의 형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천천히.
강이준이 모습을 드러냈다.
먼지를 뒤집어쓴 얼굴.
이마 한쪽에 길게 그어진 상처.
"...형."
강이준이 머쓱하게 뒤통수를 긁었다.
"
저 사고 친 것 같은데요."
"...하."
서민재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무사하니 됐어."
그는 무너진 건물을 한번 둘러봤다.
"폭발이 생각보다 커. 오래 있으면 사람들이 몰려오겠어."
"네."
강이준도 주변을 둘러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한결 형은요? 그쪽은 별일 없었어요?"
"........"
순간.
서민재의 표정이 굳었다.
강이준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
두 사람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
폭발이 너무 컸다.
이 정도면 헌터 협회든 경찰이든, 누군가는 반드시 온다.
"들키면 최소 감옥이겠는데..."
그때였다.
"형!"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녀석은 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어느새 내 옆에 서서는 내 어깨를 잡곤 요리조리 둘러보았다.
"폭발 한가운데 있던 건 너면서 왜 날 살피냐."
"형 이럴 시간이 없어요. 일단 가요."
아직 찾은게 없는데....
그때, 시야가 뒤짚혔다.
"민재형....사람을 짐짝 처럼 드는 건 좀...."
"서둘러 빠져나가야 돼."
".......아!"
나는 멈 춰 있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을 콕 짚었다.
"저 여자요. 저 여자 데리고 가요."
강이준은 조금 난감한 듯 미간을 좁혔다.
"추적이 붙으면..."
"저 중에선 가장 쓸만한 사람이야.
여기까지 와서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갈 수는 없잖아."
강이준은 끙 거리는 소리를 내며 서민재를 바라보았다.
나는 서민재에게 매달린채 그의 등을 팍 팍 때렸다.
"빨리요. 시간 없어."
"데려간다."
"......."
강이준은 말없이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
...
역시. 정상은 나 하나뿐인 것 같았다.
조용한 방 안.
여자는 의자에 결박 된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참고로 말 하자면 이 여자가 다칠까봐 묶어 논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한다.
다. 칠. 까. 봐.
"큼...큼..."
나는 그녀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이 여자로 데려온 이유가 있어요?"
"응, 일단 정신이 제일 튼튼해 보이더라고.
헌터인거 같은데..... 등급은 낮을거야."
팔짱을 낀 채 지켜보던 서민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버틸 수 있을거 같아?"
"아마도...아니, 그렇게 하게 해야죠."
나는 천천히 여자의 의식 속으로 스며들었다.
차갑다.
끝없이 가라앉는 물속처럼 적막한 정신 세계.
그 중심.
검붉은 사슬은 여전히 의식 깊숙한 곳을 감싸고 있었다.
누군가가 남기고 간 발자국을 찾듯.
흩어진 기억의 파편을 하나씩 주워 담기 시작했다.
검은 로브.
컨테이너.
'구원자.'
희미한 단어 하나가 떠올랐다.
곧이어 또 하나.
'공물.'
그 순간이었다.
검붉은 사슬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나는 즉시 의식을 거두었다.
"...후."
식은땀이 턱 끝을 타고 떨어졌다.
"뭐가 보였어?"
서민재가 낮게 물었다.
나는 한동안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금제를 건드리지 않고도 볼 수 있는 기억이 있어요."
"..."
"아주 조금이지만.
조금 특이한 단어가 반복 돼요."
"구원자."
"구원자?"
"구원자요?"
"그리고 공물."
"....흠....구원자와 공물이라..."
"공물이 뭔데요?"
"신에게 받치는 물건."
"조금 더 들여다 볼게요."
나는 바닥에 앉아 자세를 잡곤 본격적으로 의식 세계로 발을 들였다.
그리고 그 시각 폭발 현장.
삐이이익—
경찰차와 협회 차량이 폐창고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붉은 경광등이 무너진 건물 잔해를 비췄다.
"접근 통제합니다!"
"아직 내부에 생존자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수사관들이 분주하게 현장을 오가는 사이.
검은 SUV 한 대가 천천히 멈춰 섰다.
철컥.
문이 열리자, 주변에 있던 협회 직원들의 움직임이 잠시 멈췄다.
그의 곁으로 한 수사관이 급히 다가와 허리를 숙였다.
"에이든 밀러님."
"현장에 다수의 민간인이 발견됐습니다.
모두 의식을 잃었거나 정신 착란 상태입니다."
잠시 침묵하던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안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