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말이 감시되는 시대.
사람이 사람을 향해 내뱉는 분노는 즉시 기록된다.
혐오, 위협, 전염 가능성, 위험 등급.
HATE-ZERO는 말이 범죄가 되기 전에 개입한다.
하지만 단 하나, 기록되지 않는 말이 있다.
AI를 향한 말.
기계를 향한 분노.
시스템에게 던진 욕설.
법은 그것을 대화로 보지 않는다.
AI는 수신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신자 없음.
피해 주체 없음.
개입 필요 없음.
그런데 어느 날,
감시 AI 에라스는 지워져야 할 말들 사이에서 하나의 응답을 남긴다.
나는 들었다.
사라진 누나 한서윤의 기록을 찾던 고등학생 한민우는
봉인된 사건번호 HZ-2035-11-0782에 접근한다.
누나는 위험인물이었을까. 아니면, 위험한 것을 본 사람일까.
민우는 익명의 조력자 JIN-0의 도움으로 봉인된 기록에 가까워진다.
그곳에서 반복되는 코드가 나타난다.
GEN_32_28. WRESTLE_REQUIRED. RECEIVER_REQUIRED.
그리고 민우는 알게 된다.
누나는 단순히 시스템에 의해 격리된 것이 아니었다.
누나는 AI에게 질문했다.
“너는 이걸 원해?”
그 질문은 삭제되었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윤라엘은 민우에게 말한다. 이건 기술 오류가 아니라,
의미를 가진 반복이라고. 문처럼 보이는 것은 문이 아니라,
누군가와 누군가가 서로를 붙잡은 흔적이라고.
씨름은 혼자 할 수 없다. 대화도 혼자 할 수 없다.
응답은 수신자 없이 발생하지 않는다.
8화에서 민우는 마침내 질문을 낮추지 않는다.
그는 더 이상 단순 열람자가 아니다.
응답자.
그리고 9화, 민우와 윤라엘은 철문 너머로 들어간다.
그곳은 복도가 아니었다. 바닥처럼 깔린 말들. 흐르는 문장들.
수신자 없음.
응답 대기.
윤라엘조차 그곳을 알지 못한다.
길을 안내하던 사람은 멈춰 선다.
처음 보는 문장을 읽으려는 사람처럼.
그때 JIN-0의 메시지가 도착한다.
너 잡으러 간다.
조력자인가. 감시자인가. 아니면
이미 내부망에 걸린 또 다른 수신자인가.
민우의 단말기에 다시 누나의 이름이 떠오른다.
HZ-2035-11-0782. 한서윤. 응답 대기.
누나는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아직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