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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망상 속 "아포칼립스에서 약사가 살아남는 법"
hassy·2026.07.2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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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포칼립스에서 약사가 살아남는 법』를 연재하고 있는 hassy 입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대학원 시절에 일주일에 한번 병원에서 야간약사 파트타이머로 근무했습니다.


낮의 병원과 밤의 병원은 생각보다 많이 다릅니다.

낮에는 환자와 보호자가 복도를 오가고, 전화가 울리고, 처방과 문의가 끊임없이 들어옵니다. 하지만 밤이 깊어지면 병원은 조금씩 조용해집니다.


외래의 불이 꺼지고.

복도를 지나던 사람이 줄어들고.

병동약국에는 냉장고와 형광등, 컴퓨터 팬이 돌아가는 소리만 남습니다.


저는 원래 망상을 굉장히 많이 하는 성격입니다.


특히 환자도 없고, 약을 받으러 내려오는 간호사 선생님도 없는 시간에는 별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지금 전화가 울렸는데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면?

투약구 너머에 누군가 서 있는데, 약을 받으러 온 사람이 아니라면?

갑자기 병원 전체의 연락이 끊긴다면?

지하에 있는 병동약국에 혼자 남겨진다면?


그때마다 혼자 상상을 이어갔습니다.

문을 잠그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약국에 있는 수액과 의약품은 생존에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밖에 있는 무언가가 특정한 약품이나 체액에 반응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확인해야 할까.

그런 생각들은 야간근무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월요일 아침이 되면 병원에는 다시 사람들이 돌아왔고, 저는 인계를 마치고 집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몇 가지 장면은 계속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불 꺼진 복도.

아무도 없는 투약구.

신호음만 가고 받는 사람은 없는 내선전화.

정상 온도를 유지하며 혼자 돌아가는 냉장고.


그 장면들에 조금씩 이야기를 붙여 만든 작품이 『아포칼립스에서 약사가 살아남는 법』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윤동석은 새빛종합병원 지하 3층 병동약국에서 일요일 야간근무를 하는 약사입니다.


그날 밤도 처음에는 평범했습니다.

전산에 로그인하고.

인계 내용을 확인하고.

냉장고 온도를 기록하고.

병동에서 내려온 처방을 조제합니다.

그러다 한 통의 내선전화가 걸려옵니다.


발신번호 1017.

병동약국 내선표 어디에도 없는 번호.


수화기 너머에서는 대답 대신 무언가를 끄는 소리와 느린 숨소리만 들려옵니다.

그리고 얼마 뒤, 평소 약을 받으러 내려오던 병동 직원이 투약구 앞에 나타납니다.


“어느 병동이세요?”


대답은 없습니다.

투약구가 열리는 순간, 손이 안쪽으로 들어올 뿐입니다.


윤동석은 군인도, 경찰도 아닙니다.

회귀하지도 않았고.

상태창도 없으며.

감염자를 단번에 쓰러뜨릴 특별한 능력도 없습니다.


그에게 있는 것은 병동약국에 남아 있는 의약품과 수액, CCTV, 약봉투, 볼펜입니다.


그리고 약사와 연구자로서 몸에 밴 습관이 있습니다.

확인하고.

기록하고.

관찰과 해석을 구분하는 것.


윤동석은 감염자를 보자마자 괴물이라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무엇에 반응하는지 관찰합니다.

한 번 일어난 현상이 우연인지 확인합니다.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실패하면 수정합니다.


그 과정에서 병동약국의 물건들은 조금씩 다른 의미를 갖게 됩니다.


투약구는 약을 전달하는 창구에서 감염자와 생존자를 나누는 경계가 되며,

약봉투는 약을 담는 포장지가 아니라 관찰 결과를 남기는 기록지가 됩니다.


병동약국은 단순한 은신처가 아닙니다.

최초의 관찰실.

최초의 실험실.

그리고 병원에서 살아남기 위한 규칙이 처음 만들어지는 장소입니다.


이야기는 지하 3층에서 시작하지만, 그곳에서 끝나지는 않습니다.


중앙공급실과 시설관리 구역.

응급실과 일반병동.

감염내과.

수술실과 중환자실.

검사센터.

그리고 가장 위에 있는 음압격리병동.


새빛종합병원에는 층마다 서로 다른 물자와 기록, 위험이 남아 있습니다.

윤동석은 병동약국을 기준점으로 삼아 조금씩 활동 범위를 넓혀갑니다.


살아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감염의 규칙을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이 병원에서 무슨 일이 시작되었는지 알아내기 위해.


현직 약사로서 경험한 병동약국의 분위기와 실제 업무를 바탕으로 썼지만, 모든 의약품과 의료 지식이 만능 해답이 되지는 않도록 구성했습니다.

한 번 성공한 방법이 다음에는 실패할 수 있고,

성급하게 만든 규칙은 오히려 사람을 위험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계속 기록합니다.

확인한 것과 추정한 것을 구분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남기며.


살아남기 위한 규칙을 하나씩 만들어갑니다.


병원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현실적인 생존물,

총과 칼보다 관찰과 기록이 먼저인 아포칼립스,

의약품과 의료시설이 본래의 용도에서 조금씩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조심스럽게 추천드립니다.


대학원 시절, 조용한 야간 병동약국에서 혼자 했던 망상들이 이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습니다.

그때는 상상으로 끝났던 질문입니다.


병원에 혼자 남는다면.

약사는 무엇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윤동석의 야간근무를 함께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0킬 0데스 약사가 아포칼립스에서 살아남는 법
hassy
총 17화 조회 233 202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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